생협운동

토스트나 샌드위치, 음료 한잔을 손에 들고 시간에 쫓겨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흔한 시대라지만 과연 우리의 먹거리는 안전할까. 만약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다면 안전한 먹거리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1980년대는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농업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먹거리오염이 가시화되던 시기다. 1989년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밥상을 만들고자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에서 생협운동을 추진한 것이다. 여성ㆍ환경ㆍ소비 문제 등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 농산물과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가공식품을 취급하는데 여성들이 앞장섰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대부분의 가사일을 담당했기 때문일까. 생협운동은 내 가족을 위해 먹거리를 소비하는 주부들로 인해 소비자의 권리 의식을 찾는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의 흐름 속에 그들이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부들 스스로가 가정에서 벗어나 함께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여성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여성이 소비의 주체’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연극ㆍ영화 등의 문화 시장에서 여성의 점유율은 약 70%라 한다. 그만큼 문화생활을 즐기는 여성 혹은 차를 많이 마시는 여성을 공략한 마케팅도 수시로 접하게 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투명하게 이윤을 극대화하고 소비자는 알뜰하게 최대의 만족을 누리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정소비의 주체였던 주부들이 사회 속 대안운동을 펼쳤던 것처럼 생산자ㆍ소비자만의 이익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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