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생들이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운동은 고려대 총학생회가 “대학의 질을 정량화하고 대학을 서열화”하는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를 지목하며 시작했다. 그동안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신문들은 대학평가로 서열화를 부추기고 학벌주의를 확산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이며 강제력도 없으므로 “신경 안 쓰면 그만”이기는 하다. 그러나 경마중계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순위변동 기사와 성과를 낸 총장 인터뷰 등은 관계자들의 주목을 끈다. 학교본부의 처지에서는 학생, 학부모, 동창, 교직원 등의 사기에 영향을 주는 서열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자체가 평판이 되므로 기업 등 주요 외부인들의 시선도 강하게 의식된다.  

사실, 대학평가 지표들엔 필수적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과 교육비 지급률, 교수확보율 등은 외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소홀하기 쉬운 것들이다. 그러나 더 많은 지표들은 그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교수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영어강좌 비율 등 국제화지표는 이런 특성을 필요로 하는 일부 대학만이 추구할 바일뿐이다.

현재의 대학평가는 개별대학의 교육 목표와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원적으로 모든 지표를 같이 적용하여 모든 대학을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대학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할수록 개별 대학은 모두가 ‘연구중심 대형 종합대학’을 상정하게 된다. ‘교수 연구비’, ‘과학기술 교수당 지식재산권 등록 현황’, ‘과학기술 교수당 기술이전 수입액’ 등은 공과대학을 전제한 지표들이다. 평판도 지표는 여자대학에 불리하다. 기업 인사담당자 등에게 설문조사로 측정하는 이 지표는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주변인에게) ‘입학추천하고 싶은 대학’의 문항으로 되어 있다. 앞의 것은 여전한 성차별 의식을 배제할 수 없는 문항이고, 뒤의 것은 남성 주변인을 상정하는 응답자는 여대에 동그라미 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외부 평가의 일원성에 휘둘려 교육적 특성이 강한, 즉 미국식으로 전국단위 교양교육대학(national liberal arts college)으로서의 전통이 강한 대학들이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 특히 우려된다. 미국에서 대학평가를 하는 <US News & World Report>는 전국단위 종합대학뿐만 아니라 전국단위 교양교육대학과 지역 단위 대학 등을 따로 평가한다. 대학평가가 대학의 특성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개별 대학도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주관을 뚜렷이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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