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본교 SFA의 운영진 신나리 학우와 설경 학우, 남성연대 김동근 대표.

여기 아래 두 명의 여성이 있다. 적게는 3년부터 많게는 5년에 이르기까지 여성학을 공부했다는 그들. 바로 본교 SFA(여성학 동아리)의 운영진 신나리(법 10), 설경(법 10) 학우다.

이제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여기엔 한 남성이 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자유를 누릴 것을 주장하는 그는 남성연대(현 양성평등연대) 김동근 대표다. 여성과 남성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여성 혐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지금부터 숙명여대표 ‘끝장토론’이 시작되니 궁금하다면 끝까지 한 번 지켜보시라.

◆ 한국사회에서 여성 혐오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설경(이하 설): 여성 혐오가 한국사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여성이라는 젠더를 강조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개똥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지하철에서 애완동물의 똥을 치우지 않은 것은 그 사람 개인의 잘못이죠. 하지만 어떤 한 개인의 잘못을 두고 여성이라는 굴레를 씌워 비난해요. 즉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비난의 요소로 작용하는 거죠.
신나리(이하 신):덧붙여 말하자면 여성은 한 개인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젠더의 틀 속에서 주로 논의돼요. 예를 들면 여대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남대생이라는 말은 없잖아요. 즉, 한 명의 대학생이 아니라 ‘여대생’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거죠. 여대생이라는 역할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고요. 
김동근(이하 김):많은 남성들이 일본, 서양, 동유럽 여성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아니라 한국 여성 혐오라고 해야 정확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의 권한이 증가함에 따라 기득권을 빼앗기기 두려워하는 남성들의 불안감이 여성 혐오로 이어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는 정확한 분석이 아닙니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우위를 누린 경험이 없으니까요. 기득권을 가져본 적이 있어야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하든 말든 할 텐데 말이죠. 군 복무로 인한 늦은 출발, 높은 결혼비용 부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여성부가 있는 이 마당에 여성을 약자라 말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 소수이긴 하지만 실제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여성도 있다. 그렇다면 ‘김치녀’ ‘된장녀’ 등의 단어 사용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지 않나
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젊고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지만 그들을 보고 ‘색마’라고 이야기를 하진 않잖아요. 근데 유독 왜 여성에게는 ‘OO녀’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억압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어요.
김: 당연히 모든 여성이 김치녀나 된장녀는 아니겠지요. 모든 여성을 OO녀로 일반화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남성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생리휴가, 군대 등의 문제처럼 여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 남성들이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이 결국 한국 여성 혐오 현상을 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 전 여성 스스로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OO녀는 우리와 달라’ ‘일부를 두고 우리 전체를 욕 보이지마’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여성들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 내가 속해있는 집단을 공격했을 때 가장 쉽게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는 이 집단의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와 같은 맥락인 거죠. 이미 권력을 가진 다수자들의 입장에서 조직화된 구조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킴으로써 그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구조 속에서 자신이 속한 그룹이 약자의 위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행동이 과연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구조적인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죠. 
신: 단편적으로 예를 들면, 군가산점제도나 여성할당제 같은 기사에는 꼭 그런 댓글이 있어요. “같은 여자이지만 부끄럽네요” 앞에서도 말했듯 남성들이 비난하고 있는 그 OO녀와 자기를 분리하는 거죠. 그 대상을 ‘타자화’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여성들이 잊고 있는 게 있어요. 자기 역시도 언젠가 그 여성과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거죠.

◆ 여성들의 무임승차 경향이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던데
설: 한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그런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군대 문제 말이에요. ‘국방의 의무도 다하지 않으면서 여성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냐’는 식으로요.
신: 군대를 두고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범주를 설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어요. 국방의 의무는 남성 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럼 군대를 가지 않는 남성이나 가기를 원해도 군대를 가지 못하는 장애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건가요.   
또 여성에게 군대는 의무가 아니에요. 이미 병역법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 제한했기 때문이죠. 그건 역사적으로 남성만이 ‘1등 시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요. 결국 여성은 군대에 왜 가지 않느냐에 대한 불만은 국가를 향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석은 권리와 의무라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설: 의무를 다해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건 지금까지 일어난 사회변혁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이라 생각해요. 여성운동뿐만 아니라 흑인운동에서부터 장애인운동, 성소수자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지배체제 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요구했어요. 그러한 행동이 결국 사회변혁을 일으켰고 그게 사회를 진보시켰던 원동력이었죠. 그러니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너희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라는 주장은 이러한 역사를 무시하는 발언이에요.
김: 전 여성들 사이에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은 지금까지 잘못된 교육을 받아 보호와 배려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궂은 일과 힘든 일을 피하려고 하죠. 외교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근무 환경이 열악한 국가로 여성 외교관을 파견하면 여성들은 직장을 그만둬버립니다. 까짓것 시집가면 그만이거든요. 그러니 좋은 근무지에는 여성을 보내고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는 남성들이 파견되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을 것입니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은 에어컨 바람 쐬면서 사무직에 종사하고 남성은 격오지에서 근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이라고 총알이 피해가는 건 아닌데 말이죠. 이러니 대체 근무의욕이 어떻게 생길 것이며 어느 누가 이걸 정당하다고 받아들인단 말입니까.   

◆ ‘여성 혐오자’ 또는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신: 자기가 내뱉고 있는 혐오의 발언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마치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셈이죠. 여성 역시 사회적 억압의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순간 이 사실을 망각하는 실수를 범해요. 자신이 저질렀던 비난의 화살들이 결국에 본인에게 온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에겐 물론 엄마가 있을 거고요. 여동생도 있을 거예요. 그녀들도 이런 사회적 구조 속에서 억압을 받아온 당사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결국에 이건 절대로 타자화하거나 대상을 따로 설정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남성도 예외일 수 없고요.
김: 여성 혐오는 ‘나쁜’ 것이니 당연히 혐오할 수 있겠죠. 여성이든 남성이든 서로 화해할 수 없다면 어차피 싸울 거 서로 혐오하기보다 발전적인 비판을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고 마지막에는 서로 화해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요.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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