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유예되거나 연기되었던 대학가 축제가 이즈음 많은 대학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대학도 지난주에 사흘간에 걸친 축제가 성황 속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축제는 특히 선정적인 의상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었거니와, 그 과정에서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축제 의상 지침이 언론에서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입장이 가능할 것이지만, 문제적인 것은 대학과 축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 언론의 선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축제 의상의 선정성과 연관된 논란은 정작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그것은 과연 이 시대 대학 축제가 바람직한 방황으로 펼쳐지고 있는가 하는 중대한 물음이다.

이참에 이 시대 대학 축제와 대학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축제는 대학문화의 꽃이다. 한 집단이나 공동체의 지성, 감성, 열정, 잠재력, 세계관, 유희정신을 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하여 이 시대의 대학축제를 살펴볼 때,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우리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축제는 주점과 인기가수의 공연으로 인해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획일적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 시대 대학의 지성과 학문적 열정,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리한 문제의식을 축제를 통해 발견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물론 축제는 기본적으로 놀이와 유희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놀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축제의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축제라면, 그 발랄한 놀이와 유희, 심지어 선정적으로 보이는 의상조차도 그 시대에 대한 풍자, 응시, 전복(顚覆)의 정신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연관하여 이 시대의 대학축제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왜 이 시대 대학생들의 그토록 발랄한 유희정신과 청춘의 열린 감성이 매년 획일적인 주점문화의 득세와 인기가수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가? 왜 지성의 전당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축제가 선정적인 의상을 통해 매상을 더 올리기 위한 상품의 논리에 휘둘리는가? 이런 의미에서 비록 그 세세한 내용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숙명여대 총학생회의 축제 의상 지침이 새로운 축제문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내년에는 한층 풍성하고 대학다운 축제를 숙명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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