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수피아고등학교 조유빈

골목길

 

보드라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눈 앞을 어룽거리는 가로등 불빛.

그것은 어쩌면 배냇적부터 봐 오던

어머니의 자궁일지도 모릅니다.

 

봄이면 골목길은 온기가 가득했습니다.

나는 갓 피어난 민들레처럼 담장에 바짝 붙어

어머니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툭툭 떨어지던 동백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동생을 유산하던 날,

어머니의 탯줄도 그렇게 통째로 떨어졌을까요.

 

어머니가 그렸던 상상 속의 가족사진을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어머니의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입니다.

희미한 조도에 동생의 얼굴은

잘 보이질 않습니다.

태반과 함께 떨어져버린 동생은

이 골목길의 오후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분분히 날리는 동백의 노란 꽃가루.

그 속에서 바람의 목적지를 알고 싶어

눈을 감고 골목과 함께 호흡합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양수 속에서

얼굴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도 같습니다.

 

텅 비어버린 이 골목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중심엔 어머니의 세계에서부터

무던히도 꽃을 피워낸 동백이 있습니다.

나는 다만 혀를 내밀어

골목의 공중으로 떠밀려가는

한 모금의 젖 줄기를 부드럽게 핥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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