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외국어고등학교 윤시현

  골목길

 

 

어린 돌담 자라나

콘크리트 어른 되었다.

훌쩍 훌쩍 자라서

고양이도 친구하지 못했다.

사이사이 남은 것은

뱀 허물 같은 회색 길.

 

그 길에

민들레 홀씨 하나 날아와

고양이 눈처럼 노오란

꽃 한 송이 피웠다.

그 꽃에

수줍은 주황빛 가로등 자라나

회색 겨울 새벽 길을 비추었다.

 

우유 실은 오토바이

섭이 할배 주름처럼

깊게 패인 회색 길로

순이 아재 회색 종이 리어카도

싱글벙글 굴러갔고,

 

회색 담장 위에서 노래하는

수탉의 경쾌한 곡조는

집으로 돌아가는

삶에 취한 사나이의

회색 발걸음도 춤추게 했다.

 

한 송이 민들레가

회색 길을 밝히었다.

이 세상 모든 회색

뱀 허물처럼 벗겨졌다.

사이사이 남은 것은

주황빛 따스하게 밝아오는

이른 새벽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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