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숙대신보>가 공동 기획한 것입니다.

-대학생의 필수품이 돼 버린 SNS

 빠져나올 수 없는 SNS의 늪

올해로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라(여ㆍ가명ㆍ23) 씨는 매일 페이스북(이하 페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학교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그는 도착 전까지 페북으로 각종 친구들의 소식을 보거나 카카오톡(이하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24시간을 SNS와 함께 보내는 그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게 받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SNS를 모두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특히 조별 과제의 경우에는 카톡을 통해 진행하는데, 단톡방을 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단톡방에서 만나 회의를 진행하며 과제를 해나가지만 항상 교묘하게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 저번에는 상대방의 ‘1’이 없어지지 않아 애가 탔는데 페북에 들어가 보니 같은 시간에 ‘좋아요’ 누른 것을 목격했다. 일부러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라 씨는 배신감까지 느꼈다.

SNS를 통해 조별 과제를 하면 시간이 절약되는 등 효율성이 있어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카톡을 일부러 읽지 않다가 후에 “미안하다”며 한마디만 던지는, 소위 ‘무임승차’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 아라 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그는 팀플을 하며 항상 새로운 어플을 강요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팀플을 진행하면서 한 조원이 ‘밴드가 더 편리하다’‘카카오아지트를 이용하자’와 같은 제안을 하면 억지로 해당 어플을 깔아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추천한 어플을 사용해보면 카톡을 사용하는 것과 다른 점이 없어 항상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한다. 그리고 팀플이 끝난 후 그는 매번 새로 다운받은 어플을 바로 삭제한다.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각종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시험기간에는 페북을 과감히 삭제한다는 그. 친구들에게는 평소 페북을 너무 자주해 시험기간만은 공부에만 집중하겠다고 이유를 말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시험기간에 페북을 보다보면 그와 동기 사이에 벽이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며 진짜 이유를 설명한다. 지난 중간고사 기간, 아라 씨는 개인과제 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학회 동기들끼리 모여서 서로 도움을 주며 과제를 완성하는 모습을 페북을 통해 알게 됐다. 시험도 각자 범위를 나눠 요점정리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각자 과제 및 공부하는 것의 방법은 자유지만 이 사실을 반강제로 알게 되니 마음만 더 불편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지웠던 SNS를 깔고 있다. SNS는 친구들과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대화수단인 것을 비롯해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도 항상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그는 “지금 카톡에서 팀플 회의가 있어 가봐야 한다”며 얘기 중이던 카톡방에서 자취를 감췄다.

 

 

SNS, 동아리 활동의 걸림돌

올해 대학교 2학년인 민수(남ㆍ가명ㆍ24) 씨는 한 연합동아리의 부회장 겸 조직부장이다. 동아리 활동은 즐겁지만 SNS 때문에 매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직부장으로서 그는 모임이 있기 전, 연락을 돌려 동아리 회원들의 참석률을 조사해야 한다. 한 번에 20~30명에게 연락을 하는데, 처음에는 카톡을 전부 돌린다. 금방 연락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20% 정도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확인을 하지 않거나, 카톡을 읽더라도 연락이 없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무시당한 기분이 든다. 그의 카톡에는 답이 없지만 다른 SNS에 접속 중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들에게 전화를 돌릴 수밖에 없다.

동아리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가 단톡방에 공지사항을 올렸을 때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면 금세 공지사항이 위로 올라가 버린다. 문제 해결을 위해 회원들의 잡담을 금지한 공지사항용 단톡방을 따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회원들에게 귀찮게 느껴지는 공간이 됐다. 공지 이외의 내용이 없어 아무도 말하지 않고, 읽지도 않아 ‘죽어버린’ 공간으로 전락한 탓이다.

카톡으로 회의를 진행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만나서 대화하면 쉽게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카톡으로 하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또 늘 카톡으로 연락하다보니 연락처의 중요성도 잊게 됐다. 급하게 연락해야할 상황에 이르러서야 상대의 연락처가 없는 것을 깨달았던 웃지 못 할 상황도 겪었다.

이제 그는 다수가 대화할 수 있는 카톡의 장점만 제외하면, 전화나 ‘면 대 면’이 나은 것 같다. 예전에는 한 두 개씩 주고받으며 소중히 여겼던 상대방의 문자. 수백 개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카톡 때문에 이제는 그 소중함이 ‘귀찮음’으로 변질되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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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직장인

정보 통신업계에 다니는 김인국(34) 씨. 그가 아침에 일어나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모바일 기기를 보는 일이다. 단말기를 통해 E메일과 뉴스를 확인한다. 몇 달 전부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도 빼놓지 않고 점검한다. 자신의 직장 상사가 SNS를 하면서부터다. 지난밤 상사가 SNS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업무지시를 해놓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SNS를 통해 상사가 거래처 연락처를 물어봤다. 하지만 퇴근한 후라 이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음날 출근한 뒤, 상사에게 엄청나게 깨졌다. 김 씨는 퇴근 후에도 울리는 SNS 알림 소리가 지긋지긋해 퇴근 후에는 알림 기능을 꺼두었다. 그렇다 보니 직장 상사 지시를 알지 못했던 것. 그 일이 있었던 뒤로는 퇴근 후에도 SNS 알림 기능을 켜두었다.

 SNS, 창살 없는 감옥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알림 기능을 켜 두니, 모든 알림 소리가 직장 상사 메시지 같았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알림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쫄깃쫄깃’해졌다. 잠자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상사로부터 지시가 올까 노심초사. 모바일 기기를 손에 쥐고 잠든 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사가 SNS를 하기 시작하니, 자연히 SNS 공간에서 이런저런 사생활을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워졌다. 페이스북 등에서 직장 상사를 디스하던 것도 멈추게 됐다. 행여 자신의 글을 상사가 볼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SNS에는 영혼 없는 이야기만 쓰게 됐다. 자연히 SNS에서 재미도, 위로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SNS를 끊을 수도 없었다. 뉴스 편집 애디터(editor)인 김 씨는 업무 특성상 SNS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게 동향도 발 빠르게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SNS를 이용하는 이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SNS가 필수다.

게다가 섣부르게 SNS를 끊다가는 자칫 직장 내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회사 분위기도 SNS를 하지 않으면 미개인이 되는 분위기로 변했다. 이전에는 면 대 면으로 회의를 했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회의하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됐다. 같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직접 이야기하는 대신 SNS를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한시도 모바일 기기를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언제 누가 업무 관련 지시나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와 연결성은 높아졌지만, 근무시간은 더 빡빡하고 길어진 셈이다.

 그리운 ‘아~ 옛날이여~’

그렇다 보니 SNS는 김 씨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이 됐다. 물론 지금처럼 업무와 관계되지 않은 채 SNS를 즐겼던 때도 있었다. 회사는 물론 대학, 고교, 군대 친구들을 SNS를 통해 만났다. 회사 선·후배, 동료도 SNS 친구로 등록됐다. 자연히 술자리에서 이뤄지던 고민 상담이나, 의견 교환 등이 SNS에서 이뤄졌다.

1999년 ‘아이러브스쿨’이 세상에 나왔을 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졸업 후 연락이 끊긴 동창을 찾을 수 있어 무척 신기했다. 그 후 싸이월드가 나와 나만의 홈페이지가 생겼을 때도 도토리를 선물하며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인맥이 늘어나서 기뻤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피부로 와 닿게 됐다. 정보의 빠른 전파와 물리적인 제약 없이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줬던 SNS가 이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돼 버린 것.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김 씨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김 씨 주변 동료도 김 씨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들 SNS로 골머리가 아프단다.

시도 때도 없이 새 문자가 왔다고 울리는 SNS 알림, SNS로 회사 업무 지시를 내리는 직장 상사, 아무 때나 메시지를 날리고 질문을 하는 회사 동료들. 이것이 스트레스의 원흉이다. 연결이라는 ‘필요’가 이제는 ‘피로’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오죽하면 ‘소셜 네트워크 스트레스(SNS)’라고 바꿔 부르기까지 할까.

김 씨의 다른 동료 중에는 업무용 SNS 계정을 따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되레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우려스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나날이 스트레스만 늘어가는 김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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