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통 공약: 한대련 탈퇴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2005년 출범한 전국대학 학생회 연합조직이다. 대학생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자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조직됐으며 본교는 2009년에 가입했다.
  그러나 한대련이 특정 정당에 활동이 편중되자 한대련 소속 대학들 내에 논란이 불거졌고, 고려대와 한국외대 등이 한대련을 탈퇴했다. 본교 총학생회 또한 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한대련에 소속돼 특정 당색을 띠자 학우들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지난 45대 총학인 ‘새날’도 한대련에 소속돼 활동을 하며 학우들로부터 ‘한대련을 탈퇴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무산됐던 4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선본 ‘터닝포인트’는 선거기간 내내 특정 정당의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두 선본의 공약 또한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반영했다. 서로 짜놓은 듯이 공약집 앞부분에 ‘한대련 탈퇴’ 공약을 내걸었다. 엔서는 “숙명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숙명인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한대련을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잇업 또한 “한대련에 (소속돼 있는 것이) 전체 학우들의 의사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선본은 전학대회 등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한대련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엔서 공약분석>

◆ 문화 부흥을 꾀하다
작곡을 전공한 정후보와 문화관광을 복수전공하는 부후보가 만난 엔서는 문화 차원에서 신선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전국 대학 최고 수준의 축제 기획 및 개최’와 ‘눈송이 축제 부활’이 그 주요 내용이다. ‘최고 수준’의 축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현 총학생회 예산 내에서 얼마만큼 최고를 구현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 대학은 예체능 계열 학우들이 많음에도 그들에 대한 비예체능 계열 학우들의 관심은 적은 편이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예체능 학우들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제2창학 캠퍼스에 눈을 돌려 제1창학 캠퍼스와 제2창학 캠퍼스의 괴리를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 총학 예산 감사기구
총학생회 예산 집행 견제 감사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새롭다. 그동안 총학생회의 예ㆍ결산안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그 집행에 대해 감사를 하는 기관은 없었다. 총학생회가 일반 아닌 학우들이 예산 사용처를 살핀다면 좀 더 총학생회비가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이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감사기구가 철저히 독립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에서 꾸리고,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전락한다면 그 기구는 감사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 총장인가 총학생회장인가
위 공약들의 장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엔서의 공약을 냉철하게 바라본다면 총학생회의 본분을 헷갈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온고지신’ 부분의 공약들이 대부분 그렇다. ‘떨어진 대외평가 개선방안 구축’ ‘우수 신입생 유치’ 등의 공약은 총학생회의 공약이라 보기 어렵다. 부후보 최성지(경영 11) 학우는 “본부가 진행하는 일 중 학생들이 불만족해 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학우들의 만족도를 고취시키기 위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항을 본부 측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약은 본부에 건의를 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엔서의 공약이 건의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총학생회 차원에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총장 선거가 아니라 총학생회 선거이다. 학교가 발전하는 길이 학우들에게도 좋은 일이겠지만, 학교보다 좀 더 학생의 실질적인 아픔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어야 한다. 총학생회 선거기간임을 고려한 공약들이 필요했다.

 

<라잇업 공약분석>

◆ 틈새 공략, 소외된 이들
소외된 자들의 표심을 노렸다. ‘자취생 커뮤니티 및 나눔 장터 개설’ 공약은 엔서의 것과 직접적으로 비교된다. 엔서가 1차원적으로 자취생 커뮤니티만 신설한다고 했다면, 라잇업은 공약을 나눔 장터까지 확대시켰다. 나눔 장터는 살림에 필요한 가구와 물품 등을 자취생들끼리 서로 나누는 모임 개념이다. 박 학우는 “주변에 둘러보면 자취생들이 참 많다. 그들 생활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같이 공유하고, 총학이 이를 체계화 시킨다면 자취생뿐만 아니라 숙명인 전체가 함께하는 생활 나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학생을 위한 공약도 있다. ‘장애학생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실시해 장애학생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진다는 복안이다. 캠페인을 통해 실제로 인식이 개선될지는 의문이지만, 장애학생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그것을 공약에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박 학우는 “2011년 장애학생 관련 최우수 학교로 본교가 선정됐다. 이에 반해 장애학생들을 바라보는 학우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시설 개선도 물론 필요하지만 총학생회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하는 숙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들의 선거 모토를 반영한, 독거노인을 방문해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 모의수강신청…현실적 문제는?
‘모의수강신청’은 수강신청 한 달 전에 모의로 수강신청을 진행해 강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총학생회가 관련 부서와 학과에 전달해 강의를 편성하도록 하는 제도다. 매 학기 초마다 잡음이 발생하는 수강신청 여석과 분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했지만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현재 수강신청을 담당하는 학사지원팀에서는 이미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각 과에 과목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3년간의 수강정보 데이터를 참고해 강좌를 구성한다. 그러나 전임교수 부족과 특정 전공과목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요구대로 강의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학사지원팀에서도 완수하지 못했던 임무를 라잇업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미지수다.
  라잇업 정후보 박신애(정치외교 11) 학우는 “(학사지원팀에서 이용하는) 데이터가 전체적인 강의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공약을) 넣게 됐다”며 “여석과 분반 문제에 대해 여전히 말이 많기 때문에 그 수요를 조사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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