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 아랫배와 허리의 통증은 물론, 심하면 구토증상까지 가져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마법이다. 2006년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초·중·고 여학생들과 다르게 여대생들은 ‘그 날’이 다가오면 걱정이 태산이다. 허리 통증이 온 몸을 감싸오지만 출석을 포기할 순 없다. 갈림길의 기로에 선 그녀들은 과연 ‘그 날’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본교, 생리공결제 시행 안 해
현재, 본교는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본교 학사지원팀 홍은미 차장은 “여대의 특성을 고려해 생리공결제 도입을 검토해 봤다”면서도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타 대학 사례를 봤을 때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현재 도입을 보류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본교는 생리공결제를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교수의 재량에 따라 비공식적인 생리공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학칙시행세칙 제28조(출석 점검 및 인정) ②항은 ‘학생이 신병, 직계가족의 사망, 공식행사 참여를 이유로 결석하게 된 때에는 사유발생 7일 이내에 증빙서류를 첨부해 담당교수에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생리통’ 역시 ‘신병’에 해당돼 본 조항에 적용된다. 교수님께 제출해야 하는 증빙서류로는 병원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진료확인서나 교내 보건소를 이용했다는 방문 기록증이 있다. 따라서 생리통으로 결석을 하게 되는 경우, 이러한 증빙서류를 담당교수에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본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수업시간에 한 교수님께서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하게 될 경우, 이를 메일로 알려준다면 출석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이미 학칙시행세칙에 유사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생리공결제 도입은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이후에 다수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접수되면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찬반으로 나뉜 학우들의 반응
생리공결제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차유나(시각영상디자인 13) 학우는 “주변을 보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친구가 종종 있다”며 “생리통이 심한 사람은 약까지 복용할 정돈데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위한 배려차원에서 생리공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미(멀티미디어과학 13) 학우 또한 “현재 일부 공학은 생리공결제를 시행한다”며 “본교는 여대이기 때문에 생리공결제에 대한 남자 학우들의 반발도 일어날 이유가 없는데 학교 측에서 지금까지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생리공결제 도입을 반대하는 학우도 있다. 생리공결제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수현(소비자경제 14) 학우는 “본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생리공결제를 시행했다”며 “실제로 친구들 대부분이 단순히 놀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것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홍수정(경영 14) 학우는 “생리통은 개인차가 심하다는 특징이 있고 또한 학생들이 실제로 생리통을 앓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때문에 생리공결제를 도입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사정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받고자 비공식적인 생리공결제를 이용한 학우도 있었다. 본교 보건의료센터 간호사 이은경씨는 “늦잠 때문에 결석을 했던 한 학생이 생리통을 이유로 보건소 방문 기록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교수님에게 제출하기 위해 아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생리통 진통제)을 처방받은 후 방문 기록증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교 커뮤니티에서도 생리공결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아이디 ‘mooa******’는 “다른 공학의 경우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데 본교는 이를 시행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아이디 ‘daye***’는 “생리공결제를 시행한다면 학생들이 이를 악용해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내 민원게시판에는 생리공결제 도입을 요청하는 게시글이 작성되기도 했다. 민원을 제기한 아이디 ‘swa*****’는 “물론 생리공결제를 시행할 경우 남용될 위험성도 크지만 생리통으로 수업에 지장을 받는 이들도 많다.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정작 제도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10곳 중 6곳은 도입
서울 소재의 주요 대학 10곳 중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교는 6곳(경희대, 고려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이다. 또한 서울 주요 여대의 경우에는 6곳 중 2곳(덕성여대, 성신여대)만이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생리공결제를 가장 처음 도입한 학교는 중앙대이다. 중앙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2006학년도 2학기부터)로 생리공결제를 시행한 바 있다.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할 것을 요청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중앙대 총여학생회의 지속적인 건의가 제도 도입의 주요 이유였다. 중앙대 학사팀 이경미 계장은 “200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학생이 학교 포털 사이트에서 신청한 후 신청서를 담당 교수님께 제출하면 출석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교의 경우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학생들이 학교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신청을 하면 된다. 숭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학교 포털 사이트에서 보건결석계로 불리는 생리결석을 신청할 수 있다”며 “병원진단서 등 생리통을 증명하는 서류를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고 신청란에 ‘생리로 인해 결석합니다’라고만 작성한 후 신청하면 출석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대, 성신여대, 덕성여대의 경우, 생리통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생리공결제를 신청할 경우 반드시 생리통 또는 월경통이라는 내용이 적힌 진료확인서나 병원진단서가 필요하다. 한양대 양성평등센터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김영난씨는 “월경통이나 생리통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해야만 인정된다”며 “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리통을 증명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인 진단서를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청방법은 각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생리공결제를 신청 횟수를 제한하는 건 모든 대학이 공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생리공결제 시행조건이였다. 경희대의 경우 월 1회, 학기별 3회로, 중앙대는 월 2회, 학기별 4회로 생리공결제 이용 횟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타 학교 학생들 반응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의 대부분은 남녀공학이다. 여대와 달리, 공학의 경우 서울 주요 10곳 중 절반이 넘는 학교에서 본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학교의 남녀 학생들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생리공결제의 수혜 대상인 여학생들의 경우, 본교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희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강의실에 남자 학우뿐만 아니라 남자 교수님도 있는데 여자로서 생리통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며 “생리통으로 힘든데 출석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털 사이트로 신청을 하면 출석인정이 되니 편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세대 여학생은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생리공결제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놀러갈 때나 휴식이 필요할 때 생리공결제를 사용해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남학생도 있었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조규연씨는 “남학생들은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생리공결제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학생들을 배려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남학생들은 생리공결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배성씨는 “생리통 또한 다른 병결제처럼 시행되면 될 것을 생리공결제라는 또다른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며 “오히려 생리공결제라는 제도가 따로 생김으로써 다른 이유로 결석하는 데 이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제 보완해야 할 필요성 있어
생리공결제는 여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반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과 남용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생리공결제를 보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김진선 활동가는 “생리공결제가 제도의 본래 시행목적과 달리 남녀 사이의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또한 여학생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차라리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생리 중인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하게 하되,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해 강의실 내 ‘핫 팩’을 비치해 두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행하는 나눔터 제56호(간행물)는 생리공결제가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생리통이 너무 극심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여성들을 구제한다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가지는 몸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그녀들. 이제, 생리통으로 힘들어 하는 그들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