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배우 엠마 왓슨과 가수 로이킴은 대학교 입학 전, 각자 디자이너와 가수라는 꿈에 도전했다. 대학교 입학 전 1년 정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이 기간은 갭이어(gap year)로 불리며, 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갭이어 문화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국갭이어의 박진수 부사장을 만나  갭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제주 올레길 걷기'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박진수 부사장(제일 왼쪽)   <사진=한국갭이어>


갭이어(gap year)는 무엇인지
갭이어는 196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된 교육 제도이자 문화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대학교에 바로 가지 않고 1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하는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깨닫는 시간이죠.
  갭이어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전역 그리고 미국, 캐나다에서는 대학교 중퇴율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어요. 아시아에는 지난 2010년 일본에 재팬갭이어가 도입된 후 2012년도에 저희 한국갭이어가 만들어졌죠.

한국갭이어는 어떤 곳인지, 박진수 부사장을 포함해 5명이 함께 창업했다고 들었다
지난 2011년에 청와대에서 20대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까에 대한 정책자문을 받았어요. 창업멤버인 저희 5명은 그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해외활동, 한국홍보·해외여행 등 각 분야의 전문가였어요.
  논의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도를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저희의 의견이 일치했던 것이 갭이어였죠.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닥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갭이어가 아닐까 해서 시작했어요. 저희 한국갭이어는 ‘갭이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예요. 그리고 여행이나 봉사, 인턴,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학생에게 맞게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죠.

본인의 갭이어는 어떤 경험이었으며 얻은 것은 무엇인가
저는 25살, 대학교 3학년 끝자락에 갭이어를 가졌어요. 이대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낭떠러지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1년 정도 계획을 세웠는데, 그 기간동안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만 했어요. 여행, 봉사활동, 영어공부가 목표였는데 모두 실천했죠.
  9개월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번 돈으로 3개월간 유럽과 동남아 배낭여행을 했어요. 직접 NGO에서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모아 봉사활동도 진행해봤고요. 그때 외국인 친구들이 갭이어를 가지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갭이어가 그 나라의 경쟁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갭이어를 경험한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와 정책자문단에 들어가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났고, 한국갭이어를 만들 수 있었죠.

휴학과 갭이어의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1년 동안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간이나 기능적인 부분은 사실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휴학과 갭이어의 차이점은 ‘목적’에 있죠. 우리나라에 보편화돼있는 휴학은 졸업유예나 스펙을 위한 시간이잖아요. 인생설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갭이어는 장기적으로 인생 전체를 보고 어떻게 살아야 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이에요.

대학생들이 한국갭이어를 통해 할 수 있는 활동을 추천한다면
계획이 준비돼 있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친구들은 컨설팅을 통해 방향만 잡아주면 돼요. 국제활동가가 꿈이거나 소통 능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봉사활동을 많이 추천 해주고 있고요. 전공선택이 조금 안 맞아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거나 도전을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해줘요.
  인턴십 같은 경우에는 실무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요. 단순한 서비스직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있고, 호텔에 관심이 있으면 호텔 인턴십을 할 수 있죠.

갭이어프로그램 참가과정이 어려운가
한국갭이어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바로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해외봉사나 인턴같은 경우에는 단체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갖춰져야 해요. 마음가짐과 언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스펙을 쌓기 위해 학업을 쉬는 학생들이 많은데, 갭이어도 스펙 쌓기 용으로 하려는 학생들이 있는지
선발 단계에서 그런 학생들이 자동적으로 걸러지죠. 저희도 학생들을 보내는 입장에서 기업과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아무나 보내지 못해요. 증명서 한 개 받아오려고 가는 학생이 있으면 그 다음 차례로 가는 친구들이 피해를 봐요.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봤고요.
  저희가 자기소개서, 참가신청서를 꼼꼼히 보는 이유도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인턴십이나 워킹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은 떠나기전에 4일에서 5일정도 저희 회사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거든요. 그 기간 동안 앞으로 1년 동안 어떻게 계획을 세웠는지, 가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건지, 목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를 시키고 보내는 게 저희 목표에요.
  물론 돈을 받는 회사지만, 한국에 갭이어 문화를 바르게 퍼뜨리는것이 저희의 비전이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경우 생각부터 바꿔주려고 해요. 하지만 단지 스펙만 필요한 거라면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겠죠.

갭이어나 휴학을 고민 중인 학우들에게 조언 한다면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는 해야 하는 이유를 가진 거예요. 휴학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준비가 꼭 필요하죠. 실제로 저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3월, 9월에 찾아와요. 방학에는 놀고, 친구들이 개강하면 불안해서 저희를 찾아오는 거죠.
  그래서 휴학을 할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영어공부를 하겠다’라는 목표가 있어야 해요. 또 남들이 모두 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계획이 필요하죠.

어떤 학생들에게 갭이어를 추천하는지
꿈이 없는 친구들이 갭이어를 가지면 좋겠지만, 일상에 지친 친구들이나 변화가 필요한 친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새로운 경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결합되면서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또 단순히 쉬는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도 삶에는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어요.

* 한국갭이어 홈페이지
: www.koreagapyear.com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