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숙명을 찾아서-문신미술관

 

  제2창학 캠퍼스로 올라가기 전,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약간만 방향을 틀면 르네상스 플라자가 나온다. 르네상스 플라자는 학우들의 작품이 걸린 청파갤러리와 본교 박물관 등 각종 문화시설이 자리한 공간이다. 스노우 카페와 글로벌라운지를 포함한 르네상스 플라자 지하 1층에서는 학우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앙계단을 따라 지하 2층으로 향하는 학우는 보기 드물다.


  르네상스 플라자 지하 2층에는 문신미술관이 위치하고 있다. ‘문신’이라고 하면 몸에 그림을 그리는 타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문신미술관의 문신은 글월 문(文), 믿을 신(信)으로 조각가의 이름이다. 숙명여대 문신 미술관은 창원소재 문신 미술관 최성숙 관장과 당시 본교 이경숙 총장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1995년 타계한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예술세계를 알리고자 2004년 5월 본교 문신 미술관을 건립했다.


  문신 미술관은 크게 4가지 갤러리(은하수·문·무지개·빛)로 나뉜다. 가장 웅장한 규모의 중앙 은하수 갤러리에서는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유리 천장과 벽면에서 투과된 빛은 석고 조각에 반사된다. 하늘이 맑은 날에 미술관 관람을 하면 시간에 따라 이채롭게 바뀌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 갤러리에는 문신의 미발표 드로잉이 벽에 전시돼 있다. 평면그림과 대조되는 청동 조각 10여 점이 함께 전시됐지만 현재 청동 조각들은 은하수 갤러리 옆 통로에 위치한 빛 갤러리로 위치를 옮긴 상태다. 넓은 전시공간의 벽 한 쪽에는 <신입생을 위한 조각가 문신 안내서>가 새겨져 있다. 문신의 출생부터 성장과정과 조각가로서의 활동까지, 문신을 잘 모르는 학우들도 그의 작품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무지개 갤러리는 문신이 실제 사용하던 작업 도구와 유물 등으로 작업장을 재현한 전시관이다. 벽면을 스크린으로 이용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영상이 전시관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빛 갤러리 또한 각종 기획전과 초대전 및 공모전을 개최하는 장소로 다양한 작가의 전시가 개최되지만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작지 않은 규모의 미술관이지만 본교 학우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문신 미술관을 종종 방문하는 숙명문화봉사단 소속 박희정(경제 13) 학우는 “문신 미술관은 교내 박물관과는 달리 담당 동아리가 없어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작품이 추상적이라 학우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은데 설명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문신 미술관의 관리가 소홀해졌는지, 아니면 이곳의 관리가 소홀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것은 관람객과의 소통이 앞으로도 계속 단절된다면, 문신 미술관은 머지않아 캠퍼스 내 죽은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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