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술고등학교 정하영

스프링

황혼이 저물지 않는 대원의 노인학교
한데 모여앉은 할머니들의 입이 늦봄의 발음을 틔워낼 때면
입밖으로 발아를 끝낸 말의 씨앗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갓 태어난 말의 입자는 희고 단단해요

서투른 첫을 발음해보는 계절
마른 입은 지난 세월동안 이완의 순간만을 기다려 왔을까요
팽팽해진 혀를 굴리며 쟁기질 하듯
싹틔운 대문자와 소문자를 골라내는
황홀의 입은 스프링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속에서 끊임없이 튀어오르는 용수철 모양의 발음 기호들은 견고해요
Spring 스프링 용수철 같은 봄
봄과 스프링의 생물성을 같을지도 모르죠

봄비가 창문 위로 메시지를 수신할 때면
호미를 쥐던 손으로 화답의 봄을 써 내려가는 할머니들
얼레지보다 뜨거운 열정이 교실 위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어요

꽃피우기 위하여 봄이 끝없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듯이
황혼이 저물지 않는 대원리 노인학교
쟁기질 소리가 단단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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