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어느덧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숙대신보도 이번호가 올해의 마지막 발행이다. 연말이면 다사다난했던 일도 어느정도 정리되고 마무리 되는 분위기로 들어가야 할 터인데 2013년 12월은 영 그런 기색이 아니다. 교내외, 또 국내외적으로 큰 쟁점들이 풀리고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꼬이고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주 우리학교 학생 대표를 뽑는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다. 투표율 미달로 선거 자체가 무산되었다. 선거 무산 자체도 안타깝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입후보자 그리고 유권자인 재학생들 모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갈등이 유례없이 증폭되고 폭발한 선거였다. 봉합되지 못한 갈등을 그대로 두고 선거는 내년으로 넘어 가게 되었다.

  국내엔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문제가 올 한 해를 온전히 삼켜버렸다. 국정원 문제는 정치권 종북논쟁과 검찰 수사 지휘부 낙마 파문과 연결되며 통제불능의 거대한 공적 아젠다가 되었다. 야권은 길거리로 나가고 정치는 실종되고 국회는 식물이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모른척한다. 며칠 전부터는 종교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부정선거 책임지고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악수하고 히죽거리는 것이 정치지만, 아무래도 올 한해가 해피엔드로 마무리되기는 글러 보인다.

  국내만 전쟁이 아니다. 동북아 정세가 매우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과거 동북아의 문제는 단연 북한이 었다. 그런데 올해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다. 중일 두 나라가 영토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갈등은 사실 북한 핵문제 보다 훨씬 더 지정학적이고 전략적인 문제다.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폭발력이 크다. 흡사 구한말 청일 전쟁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내일 당장두 나라간 군사 충돌이 일어나도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로 갈등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북한이 개입하게 될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 불허다. 매우 두렵고 절박한 실질적 위기가 느껴진다.

  서로 협력하고 화합하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외 할 것 없이 가히 불통의 시기라 할 만하다. 꼭 집어 누구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 공동체 전체가 당면한 어려움이다. 과거보다 서로 더 많이 연결되고 접촉하면서 그 만큼 서로의 이익은 더 예민하게 또 빈번히 충돌한다. 문제는 그 이익의 충돌을 제어하고 조정할 사회적 역량이 그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결되면 통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다. 사회 소통을 위한 공기(公器)라 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과 책무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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