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정보화시대이고 한국은 IT강국이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우리의 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것은 핸드폰의 알람소리이고 이로 인해 우리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휴대폰을 잡게 된다. 목적지로 향하는 지하철속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SNS의 세계이며, 기억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수첩과 연필이 아닌 휴대폰 메모장을 꺼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길을 걸을 때 우리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LED전광판, 집으로 돌아와 피로를 푸는 도구로 사용되는 디지털 텔레비전까지 우리의 하루는 디지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의 생일날, 편지보다는 문자나 SNS로 축하를 하는 추세이고, 선물조차 기프티콘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전달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무겁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책이 주는 손의 감촉을 쉽게 포기하고, 가볍고 간편한 e-book을 선택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사람 냄새’를 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만나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신 문자로 안부를 묻고, 메신저를 이용해서 간단히 이성을 소개받는 등 인간관계는 더 넓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모든 디지털적 행위들의 '편리함’이라는 조명에 감춰진 그림자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정의 메마름’일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감촉의 가짓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편지를 써 본 사람이라면, 종이책을 넘겨가며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때 느꼈던 손가락의 감촉을, 책장을 넘기는 1초라는 시간이 선사하는 떨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친구와 직접 만나 일상을 나누고 같이 웃고, 같이 한숨 쉬는 시간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쉽게 날려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접 쓴 편지 한 장이 가지는 가치를, 찰칵하고 나는 필름카메라의 셔터소리를, 신문 특유의 냄새를 잊고 산다면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기쁨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3초의 여유를 가지고 연필을 잡아보자. 그리고 진정한 마음을 담아 진심을 전해보자. 간단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여유를 잃지 않는 세상이 진정 풍족한 세상일 것이다. (경제13 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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