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두 개의 특별한 빨간 글씨가 있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념하고, 우리의 문자를 가지게 된 날을 기리는 소중한 순간이다. 그러나 10월은 예비 숙명인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달이기도 하다. 대학입시와 수능을 한달 앞두고 있다는 것. 항상 이맘 때가 되면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4년 동안 배우고 싶은 학문을 배우기 위해 숙명여대에 들어왔는가? 숙명여대의 모든 학우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학문을 4년 동안 배우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너무도 간절히 배우고
싶어 한 학문을 대신해서 배우고있는가.

  인문계의 학생들은 고3이 될 때까지 비슷한 것들을 배운다. 전
공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갖고 있지 않고, 배우지도 않는다. 나 역시 고3이 되고 전공을 고를 때가 돼서야 대학에 이렇게 많은 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와 성적을 맞춰 대학에 입학한다. 어느 누군가는 간절하게 배우고 싶어 했을지도 모를 수업을 대다수는 ‘그냥’ 듣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천재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가 없다고. 물론 지금 우리는, 그리고 내년에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을 할 14학번들은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수능을 더 잘 봤거나 수시를 잘 치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순간 강의실에 앉아 왜 들어야 하는지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업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는 흥미없는 수업에 몰려드는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손에 들고 있을 것이며, 누구는 출석만찍고 수업을 포기했을 것이고, 누구는 시험과 학점만을 위해 수업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무려 80%를 넘는다. 경이로운 수준의 진학률이다. 그러나 80%가넘는 대학졸업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진국들을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훨
씬 복잡한 상황과, 다양한 이유가 내면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80%가 넘는 대학생들이 모두 자신이 간절히 배우길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 힘쓰며 4년을 보냈다면 지금의 80%와는 다른 80%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올해도 해본다. (한국어문 11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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