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화제가 됐다. 여성전용 흡연구역을 설치한 보성 녹차 휴게소 때문이었다. 여성전용 흡연구역이라는 안내 푯말 아래 테이블 하나와 의자 그리고 재떨이를 구비해 놓았었다.

여성전용 흡연구역은 보성 녹차 휴게소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1년 강릉휴게소, 2012년 충주 휴게소에서 여성전용 흡연구역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여성전용 흡연구역은 모두 남녀공용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여성전용 흡연구역은 없는 상태다. 강릉 휴게소는 2011년 9월, 충주 휴게소는 올해 2월 남녀공용 공간으로 전환했다. 윤국일 강릉 휴게소 상품주임은 "여성 흡연구역만 지정했던 것을 성별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여성 흡연자들도 별로 꺼리지
않고 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성 녹차 휴게소 관계자는 “인수인계를 받은 9월부터 여성전용 흡연구역이 없었다”며 “성별에 관계없는 흡연구역을 지정해놓고 있으며 추후 흡연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휴게소에서 여성전용 흡연구역을 설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여성전용 흡연구역을 설치했던 강릉 휴게소 윤국일 상품주임은 “여성 고객들이 숨어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고, 휴게소 차원에서 (여성전용 흡연구역을)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11월 25일자 <숙대신보> 참고)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서도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학생 최문석(남·21)씨는 “최근 학교에 설치된 흡연 부스를 이용하는 여성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학생 이배성(남·22)씨는 “중앙도서관 앞 쪽과 곳곳에 학생들이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여성들이 흡연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학 내 여성전용 흡연공간 설치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문석씨는 “(여성 전용 흡연구역이)있어야할 것 같지만 막상 생겨도 여성 흡연자들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잘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위해 여성전용 흡연구역이 필요할 것도 같지만, 오히려 여성이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예인(여·22)씨는 “성별을 구별해서 흡연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여성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악화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정책·산업대학원 김혜영 교수는 “최근 흡연구역을 규제하는 등 흡연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점에서 여성흡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시선이 더해져 여성 흡연자가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흡연율이 증가하고 여성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여성전용흡연 구역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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