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故성재기 남성연대 전 대표의 투신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다. 그의 사인이 여가부 책임이라 생각한 일부 누리꾼들이 여가부 홈페이지로 몰렸던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여가부 폐지 논란은 하루 이틀 사이에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2006년에는 여가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해 5만 2000여 명의 누리꾼이 동참하기도 했다. 여가부가 온라인 상에서 이토록 폐지논란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교 학우 20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여가부의 폐지 논란 이유와 여가부의 존재 의미를 알아봤다.

 

논란 속 여가부의 청소년 보호 정책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대부분 여가부가 실시한 정책에 기인한다. 우선 여가부가 실시하는 청소년 보호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현재 여가부는 여성에 관한 정책뿐만 아니라 청소년 및 가족 업무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음반심의제도’다. 여가부 산하 청소년 보호위원회 소속 음반심의위원회(이하 음심위)는 폭력성·음란성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청소년 유해 음반을 결정한다. 문제는 그 기준이 모호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음심위는 노랫말에 술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음반을 청
소년유해체물로 지정했다. 음심위는 ‘술’과 관련된 노래들이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인 ‘청소년 유해 약물’ 조항에 해당된다고 판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노랫말 속 ‘술’이라는 단어가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이 과대평가 됐다며 해당 정책을 비판했다. 가요계 측 또한 해당 노래 가사들이 청소년의 음주를 조장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과도한 심의라고 비판했다. 한 엔터테인먼트는 여가부의 심의 처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본교 학우들도 여가부의 음반심의기준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여가부의 가요심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유해매체를 결정하는 음반 심의 기준이 지나치다’(39%), ‘실효성이 떨어진다’(28%) 등의 응답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그 외 ‘기타’에는 ‘기준이 애매하다’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등 음심위의 기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문해(미디어 11) 학우는 “여가부 음심위가 지정한 기준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옳은 결정’이라고 답한 학우는 6%(11명), 2%(4명) 학우는 ‘잘 모르겠다’였다.

‘셧다운제’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청소년 보호 정책이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문화연대 측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할 권리인 행복추구권, 평등권 및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여가부가 자체 연구한 <강제적 셧다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조차 청소년이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위해 주민번호 도용을 한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본교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셧다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34%) ‘폐지해야 할 제도다’(11%) 등 부정적인 여론이 45%로 나타났다. 그 다음 ‘기타’(26%)로는 ‘게임의 폐혜는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된다’ '셧다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고려를 해야 한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셧다운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청소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청소년을 감시하려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외 ‘잘 모르겠다’ (16%)라는 대답이 이어졌고 13%의학우들만이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률을 줄이는 데 기여를 했다’고 답했다.

여가부, 남성 권익은 뒷전?
양성평등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여가부가 여성의 권익만을 주장하고 남성의 권익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군 가산점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군 가산점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61년부터 39년간 시행되었지만 1999년, 여성과 장애인의 공직 취업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아서 현재 폐지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 달 6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관련입법을 다시 발의했고, 국방부는 군 생활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와야 한다며 가산점제가 효
과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가부는 “제도를 통한 보상은 공직에 응시하는 일부 소수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군복무자 전체가 제공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지원책이 돼야 한다”며 사실상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했다.

‘군가산점 도입을 반대하는 여가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본교 학우들은 ‘여성의 입장만을 편향되게 주장한다’(34%) ‘기타’(32%) 순으로 대답했다. ‘기타’로는 ‘군 가산점 이외의 방법으로 군필자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 학우들은 ‘잘 모르겠다’(18%) ‘군 가산점제를 반대함으로써 여성 권익 대변의 기능을 한다’(16%)다고 답했다.

남성들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2006년 여가부가 시행한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가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송년 모임이 끝난 뒤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남성들에게 추첨을 통해 현금 100만원 등을 지급하는 캠페인이었다. 당시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건전한 회식문화를 통해 성매매를 예방하고,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자는 것이다”라며 이벤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여가부는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인 성매매자로 전제했다”는 비판에 곤혹을 치뤄야 했다.

여성문제에도 소극적인 모습보여 한편에서는 정작 여가부가 여성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대자동차 김미영’사건이 대표적이다. 2011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성희롱 피해자 김미영(가명·여)씨가 여성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자 여성부가 건물주의 요구를 빌미로 철거를 시도하고, 피해자가 장관 면담을 하러 가자 경찰을 불러 쫓아냈다. 여가부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지원에 소극적인 데 대해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관의 입장을 물었지만 여성부는 “복직 등 성희롱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본교 학우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가부가 여성의 권익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1%(104명)의 학우들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44%(89명)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효인(한국어문 12) 학우는 “실효성이 부족한 제도 시행과 실제 여성범죄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부족하다”며 여가부가 여성권익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우들은 4%(7명)에 그쳤다. 조건희(법학 10) 학우는 “여가부의 존재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사회 내 모든 여성의 권리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성범죄 피해자 등 일부분에서 여성인권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명인 62% 여가부 폐지 반대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우 중 과반수(64%)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김소이(공예 13) 학우는 “여가부 폐지는 극단적인 결정이다”라며 “여성의 인권을 위한 기관은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36%는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여성을 위한 정부부처가 따로 필요한 지 모르겠다’ ‘적절치 못한 정책 실시(셧다운제, 음반심의)로 인한 능력과 역할이 의심된다’‘여성 권익과 편의를 위한 활동이 미미하다’라고 답했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처럼 이제 여가부는 필요없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배은경(사회과학대) 교수 또한 “여가부가 실시하고 있는 모든 사업이 여성의 권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편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과 같이 예상보다 많은 예산의 수혜를 남성도 지원받고 있다”며 여가부의 정책으로 혜택을 입는 것이 여성뿐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가부 정은정 홍보전문관은 “여성의 권익이 많이 향상됐지만 정치·경제 영역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수준과 여성경제활동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며 “이를 보다 완화하기 위해 여가부는 여성의 경제활동활성화를 통해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여가부의 나아가야 할 방향
본교 학우의 과반은 여가부 폐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여가부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1%(180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시현(미디어 12) 학우는 “일반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기준을 가지고 청소년 보호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위도진(소비자경제 10) 학우는 “한 성별을 기준으로 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사회적 취약계층을 파악해 효과적인 정책을 집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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