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상

신호등

이은혜(안양예술고등학교)

가로등 옆에 칼라 렌즈를 낀 검은 마녀가 서 있다.
길을 걷는다. 마녀보다 작은 우리
마녀가 빨간 렌지를 끼면
모두 마녀 앞에 선다
마녀가 초록 렌즈를 낄 때까지
렌즈 만을 쳐다 볼 뿐
아무도 검은 아스팔트를 넘지 못 했다
낄낄 대며 조종하는 마녀들

우리에게는 인형 줄이 달려 있다
카메라, 위성, 휴대전화가
우리를 언제나 줄에 매여 놓는다
위대한 마법사가
수 억 개의 줄을 잡고
하나 식 톡톡 튕긴다
후비진 골목 지하 5층에 꽁꽁 숨어도
마법사는 줄을 튕겨 알아 본다

천재 꼭두각시! 우리가
위대한 마법사를 세우고
줄을 만들고
줄 이을 기계를 조립하고
렌즈 낀 마녀를 깨웠다

우리가 인형이 아니라고
줄 따윈 매어 있지 않다고 외칠 때
마녀는 길거리에서 깔깔 대며
눈에 빨간 렌즈를 낀다
우리는 또 마녀 옆에서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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