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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가을날의 단상[부장칼럼]
김효주 기자  |  smpkhj8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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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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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가을날의 단상

 

 

 

 

개강을 맞이한 우리 곁에 어느새 완연한 가을날이 찾아왔다. 높이 펼쳐진 맑은 하늘을 보며 지난봄을 곰곰이 떠올려봤다. 중간고사, 조별과제, 학보사 활동……. 벚꽃? 등하굣길에 보고 반가워했다. 연애? 전혀. 남자를 따로 만난 일도 한 손에 꼽힐 지경이다. 무지 바쁘게 보낸 시간인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재미가 없다. 순간 불안해진다. 내 인생의 봄, ‘청춘(靑春)’은 안녕한지. 

 

  

누군가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이름 청춘이라 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청춘에 대한 평가와는 사뭇 거리가 멀다. 오늘날의 청춘은 매일 아프고 불안하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88만원 세대, 고생을 모르고 편한 것만 찾아 공무원을 꿈이라 말하는 세대. 인생의 선배라는 어른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도전정신이 부족하고 안일하다며 혀를 쯧쯧 찬다. 그리고 한마디씩 덧붙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여행을 떠나라” “실패를 두려워 말라”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라

 

   

관심어린 충고와 조언, 감사하다. 그런데 그대로 인정하기엔 어째 좀 억울하다. 오늘날의 젊은이들, 안일하지 않다. 오히려 치열하다. 학점관리와 어학성적, 진부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본스펙이니 챙겨야 한다.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인재가 되려면 제2외국어 하나쯤은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 T자형인재, 즉 통섭형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문 분야를 깊게 파는 것은 물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아야 한다. 스마트한 시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기를 잘 다룰 뿐만 아니라 세상의 흐름도 빠르게 읽어내고 쏟아지는 정보를 잘 선별해내야 한다. 더불어 꾸준한 외모관리를 통해 당당한 자신감과 자기관리의 철저함을 보여줘야 한다. 세상은 지성과 미모를, 그리고 인성을 겸비한 슈퍼우먼을 원하지 않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생활 중 한번쯤은 내일로여행과 해외배낭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것 같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불안함에 떨고 있는 청춘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경제학 등 관련도서들이 즐비하다. 눈에 뻔히 보이는 마케팅 수단이지만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떨칠 수 없다. 심지어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하나의 의무가 됐다. 이렇게 해야 하는 것들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마음은 불안하고 할 일은 까마득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모든 것은 가벼워진다. 생각의 깊이도 배움도 가볍다. 어떤 활동이나 인간관계에서도 득과 실을 따지는 데 급급하다. 만남도 쉽고 정리도 쉽다. 모든 것은 빠르고 쿨(cool)하다. 우린 서로에게 학점과 어학성적을 물을 뿐, 요즘 무슨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묻지 않는다. 자아를 고민하고 내실을 다지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와 소비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세대의 20, 30년 후의 모습이 사뭇 걱정스럽게 느껴진다면, 나만의 기우일까. 

 

   

사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걱정이다. 실제로 내가 가까이에서 본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언론에 그려지는 것처럼, 어른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처럼 생각이 얕지도, 꿈이 없지도 않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경험하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모아 불안하다고 말한다. 공무원시험대기업취업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영어 공부 대신 책읽기에 이 시간을 보내도 삼시세끼 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일단은 해야 할 일을 열심히하겠단다. 이번 가을도 글쎄, 별일 없이 바쁘게 지낼 예정이란다. 그게 소소한 행복이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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