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청춘의 사운드」펴낸 차우진 음악평론가 인터뷰

▲ 사진- 이진수 기자 (smpljs81@sm.ac.kr)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수많은 기사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음악평론가’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음악평론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을 때, 만약 당신이 글 읽기를 좋아한다면 그들 중 눈에 익은 이름의 평론가 한명이 있었을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가 바로 그다. 현재 다양한 잡지와 음악 웹진 웨이브(Weiv)에서 음악비평 칼럼을 쓰고 있고 작년에는 산문집「청춘의 사운드」를 집필하기도 한 그를 숙대신보가 만났다. 그가 들려준 음악과 청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21세기 음악평론가, 차우진>

- 음악평론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소설이든 시든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글 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정 아르바이트가 생각보다 쉽게 구해지지 않아 결국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오즈>라는 만화비평잡지의 칼럼 연재 광고를 보게 됐고 만화잡지에 음악이야기가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음악평론을 시작하게 됐다.

- 당시 연재한 칼럼은 어떤 내용이었나
<오즈>에는 한국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칼럼을 썼었다. 1996년, 소위 ‘음악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디음악이 알려졌었다. 신문과 잡지에도 인디음악 관련 기사가 실렸고 인디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심야 라디오 방송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디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인디음악에 대해 쓰면 ‘신선한 소재이니까 잡지사에서도 좋아하고, 나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인디음악과 관련된 칼럼을 썼고 미선이, 델리스파이스, 크라잉넛과 같은 뮤지션들을 소개했다.

- 첫 연재를 시작으로 계속 음악평론의 길을 걸어 온건가
원래 음악 관련된 글만 쓰려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음악비평 이력이 있으니 음악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관련 글을 쓰게 됐다. 그러나 음악 칼럼 기고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 후 벤처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여러 잡지에 음악 관련 글을 썼다. 마음 한구석에 계속 문학에 대한 꿈이 있었고 사람들이 나를 그저 ‘회사원’이라고 보지는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이 ‘너는 회사에 100% 집중을 하지 않고 계속 바깥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회사를 두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

- 음악평론가가 갖춰야 하는 자질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전체를 볼 수 있는 관점이나 태도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눈여겨보고 그 상황들을 모아 하나의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에 대한 물음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가설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연한 태도도 필요하다. 비평은 음악이나 앨범에 점수를 메기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듣는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비평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하자. 그 글이 바로 내가 사람들에게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듣는 다양한 방법 중 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당신의 음악평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는가
CD를 사서 듣는 것.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것.(웃음) 두 번째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아무리 의미 있는 글을 쓴다 해도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내 글을 읽지 않는다면 힘이 빠질 것 같다. 또한 내가 소개한 음악에 대해 좋은 피드백이 오는 것, 그리고 친구에게 음악을 추천해 줄 때 내 평론이 도움이 된다면 충분할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션도 아니고 매체도 아닌 내 글을 신뢰하는 독자들이다.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욕하는 것이 무섭진 않다. 뮤지션들과 평론가는 다른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하지만 같은 산업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일이 많아 고민스럽긴 하다.

- 음악평론가로서 힘든 일이 있다면
당장 내일 까지 200곡을 들어야 하는데 이럴 땐 짜증난다.(웃음)  그래도 대체적으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 관련 일을 한다는 것에는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오히려 내 글이 내가 의도한 대로 읽혀지지 않고 오해 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친절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글을 쓰면서 큰 돈을 벌기는 어렵다. 이번 달이 지나면 다음 달이 걱정되는 식이다. 그럼에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

<20세기 대학생, 차우진>

- 한양대학교 안산 캠퍼스를 다녔다고 들었다.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전철을 타고 나는 학교를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하는 것이 슬펐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가장 중요하게 마음먹은 것은 ‘부끄러워하지 말자’였다. 그러려면 성적이든, 자부심이든 손에 쥔 것이 있어야 했다. 나에겐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고 소중한 사람들인가에 대해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학력 콤플렉스가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좋은 회사에 취직했을 때 어딘가에서 ‘나 학벌 안 좋은데 네이버 다녀’와 같은 말을 자랑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콤플렉스가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력 콤플렉스가 긍정적으로 작동했던 것 같다.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있고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까지 보는 시야도 생겼다. 나는 드라마를 볼 때 주연보다 조연에게 눈길이 가고, 공연에 가면 메인 보컬도 눈에 띠지만 그 옆의 코러스들에게 눈이 간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어떤 행동을 하나, 쉬는 시간에 어떤 얘기를 하나가 궁금하고 무대에 서 있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항상 신경 쓰인다.

- 20대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확실했다. 글을 쓰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야하는 길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그 길을 가면서 길에 맞는 선택들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들을 했고 성취감을 얻었다. 이를테면 나 같은 경우는 정말 글을 제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우선 학교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관련 행사는 모두 참여했다. 심지어 기숙사 생활수기공모전도 참가했었다. 어느 정도 성과가 계속 되자 ‘먹히네?’ ‘되잖아?’ 같은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용기도 얻었다. 그런 작은 성공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됐던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에는 홍대씬*을 입체적으로 정리한 비평집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이나 뮤지션을 중심으로 보는게 아니라 공간, 정책을 통해 보는거다. ‘홍대에 왜 카페가 늘었나’ ‘싱어송라이터들은 갑자기 왜 늘었나’와 같은 현상들을 입체적으로 보는 거다. 그리고 상상마당에서 하는 음악비평관련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 20대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사춘기가 늦게 온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20대 들이 옛날 10대 같고 30대가 20대 같다. 그러니까 20대들은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춘기 때는 주변사람들에게 엄청난 폐를 끼치는 기간이 있다. 대부분 연애의 과정에서 일어나는데, 그 민폐를 주거나 받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연애 열심히 하세요.’(웃음) 사람들 많이 만나고 관계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철은 30대에 들어도 된다. 그러니 불안해도 되는 시기에 불안해하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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