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국민주로 창간돼 대부분의 독자 40대 이상 남성 독자도 많아졌으면 … 모든 문제를 여성의 관점으로 중도의 입장에서 본 것이 24년 발간의 비결최근 ‘언니네’ ‘줌마네’와 같은 온라인 여성주의커뮤니티가

최근 ‘언니네’ ‘줌마네’와 같은 온라인 여성주의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있는 가운데, 20년 넘는 세월동안 오프라인 영역에서 꾸준히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이 있다. 올해 창간 24주년을 맞은 <여성신문>이 바로 그곳이다. 1980년대, 가부장제에 맞서 적극적인 여성주의가 시작된 한국 여성운동과 함께 길을 걸어온 <여성신문>의 조혜영 편집국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히 신문 소개를 부탁한다
<여성신문>은 국내 첫 신문형태의 여성언론이에요. 1988년도에 대다수의 국민을 주주로 하는 국민주를 모아 탄생했죠. 여성주의 언론이 여성운동에 힘이 되자는 취지로 당시 여성계에서 힘을 모은 결과였죠. ‘여성주의 언론으로서 여성주의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겠다’라는 사명감으로 <여성신문>을 발행하고 있어요.

<여성신문>의 기자는 모두 여성인가
여성기자도 있고 남성기자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성기자가 더 많죠. 여성주의에 대해 알고 활동하는 기자인데 남자면 더 의미가 있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남성 기자가 더 많아지면 좋겠는데.(웃음) 아직까지는 여성기자가 많아요. 하지만 사진기자는 지금까지 대부분 남자였어요. 사진기자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야 하고 사진을 찍을 때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리 경쟁도 치열하게 해야해요. 체력적으로 많이 고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자가 많은 것 같아요.

- 주 구독층은 어떻게 되나
<여성신문>의 구독층은 88년 설립 초창기 때부터 이어지는 ‘평생 독자’가 가장 많아요. 대부분 여성계의 어른들과 여성운동을 하는 분들이어서 연령층이 대체적으로 40~60대 정도로 높아요. 그런데 요즘은 20~30대의 젊은 사람들도 <여성신문>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웹페이지에 게재된 ‘워킹맘’ ‘여성일자리’ 같은 이슈 기사의 조회 수가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 <여성신문>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크게 세 가지 오해가 있어요.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만 보는 신문인가’ ‘여성들만 보는 신문인가’ ‘진보적인 신문인가’가 그것이죠.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 ‘아니오’에요. 개인적으로 <여성신문>은 ‘모든 이가 함께 봐야할’ 신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주의는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양성평등을 목표로 하니까요. 그래서 여성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양성평등 실현에 동참해야 하는 남성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어요.

- 타여성주의매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종합지로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방면의 문제를 ‘여성’의 렌즈로 바라보고 분석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지금은 폐간됐지만, 잡지<이프>나 온라인 매체<일다>는 주로 페미니스트와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인 매체죠. <여성신문>도 물론 페미니즘을 추구해요. 그러나 중도적인 입장을 유지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아우르고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여타 다른 여성주이 매체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인가
대학교 때 '여성교육론'이라는 과목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여성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죠. 그리고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는데, 함께 활동하시던 분들이 대부분 여성주의 운동가이셨어요. 그래서 그분들의 영향을 받아 여성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사실 저뿐만 아니라 여성문제에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여성운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졸업 후 여성은 면접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았어요. 채용조건에 성별이나 용모단정이라는 조항이 버젓이 명시돼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에게 여성운동은 ‘당연한 내 권리에 대한 운동’이었어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 권리조차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 과거에 비해 여성인권이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에 비해 여성정책이나 제도는 잘돼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호주제도 폐지됐고 여성발전기본법과 같은 각종 법과 제도가 많이 생겼으니까요. 문제는 제도와 현실이 차이가 있다는 거에요. 여성 일자리나 임금, 고용률을 보면 아직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와 같은 고위공무원 시험에 여성의 합격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도 가시적 성과에 불과다고 생각해요. 또한 최근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잖아요. 이런 점도 우리가 해결해야 될 숙제죠.

- <여성신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에는 신문에서 여성이 주체가 돼 한 일이나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때 <여성신문>은 여성이 하는 다양한 일들을 여성의 관점에서 모두 담으려 노력했죠. 그 결과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을 많이 보도할 수 있었고 그 보도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한 할머니의 황혼이혼 소송에 대한 기사는 사회적으로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죠. 이를 통해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이혼에 대해 저항할 때 큰 힘을 얻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 24년동안 발간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
물론 <여성신문>도 재정난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신문>이 24년 동안 발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주의라는 담론을 이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좌나 우로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인 매체로서 여성문제에 대해 쓰고 알릴 수 있었던 소재와 기획력이 여성주의담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 힘을 가지고도 버틸 수 있을 거고요.

- 앞으로의 발간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여성신문>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렇고 여성주의 언론에서 선도적인 입장에서 설 것이고 또 여성운동에 맥락과 흐름과 그림에 그리는데 일조를 하고 앞장서겠다는 것이 신념이자 사명이에요.
 우리 신문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적은 분명해요.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질 때 까지 <여성신문>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이것이 우리의 꿈이자 목표이고 여성주의담론을 끌고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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