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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속에서 피어난 예술혼, <반 고흐 인 파리> 展
김소현 기자  |  smpksh83@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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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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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반짝이는 밤풍경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나 화병에 담긴 노란 해바라기가 그려진 <해바라기>로 널리 사랑받는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 <불멸의 화가Ⅱ - 반 고흐 인 파리> 전시는 1886년 3월부터 1888년 2월에 이르는 그의 파리 시기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테마 전시이다. 2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화가로서 변화와 발전을 반복하며 그의 예술적 천재성이 발휘됐던 시기다.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파리 시기 그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1887년면에 유화, 44.5 x 37.2 cm, 반고흐미술관  
 

 

  지난 수요일,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으로 향했다. 2007년 82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열렸던 회고전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온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1853~1890)의 그림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8일부터 열린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인 파리>의 전시회장 안에는 평일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가 파리에 머물렀던 시기에 창작했던 6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반 고흐는 1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예술가로 활동했는데, 그의 작풍은 네덜란드 시기(1881~1885), 파리 시기(1886~1888), 아를르 시기(1888~1889), 셍레미 시기(1889~1890), 오베르 시기(1890)의 다섯 시기로 나뉜다. 7년 간의 화상 생활과 4년 간의 성직자 생활 끝에 1880년 27세의 나이로 화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화가로서의 초기였던 네덜란드시기에는 농민 생활을 주제로 풍경과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소위 가난한 농민화가였다. 그 이후 6년에 걸친 시간동안 남다른 재능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꿈을 안고 1886년 그림의 기본기를 배우고자 파리로 떠났고,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됐다.


  이번 전시는 크게 1부 <반 고흐, 리얼리스트에서 모더니스트로>와 2부 <반 고흐, 작품 속으로>로 구성됐다. 제 1부 <반 고흐, 리얼리스트에서 모더니스트로>에서는 사실주의 화가였던 반 고흐가 인상주의를 경험하고 화풍의 변화와 발전을 겪으며 모더니스트 화가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알고 간다면 ‘파리시기 이전, 파리시기 이후, 한 가지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양식으로’ 등의 소주제로 분류된 1부를 통해 쉽게 그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어두운 채색 위주였던 <황혼녘의 가을풍경>과 같은 파리시기 이전의 그림부터 점차 밝아진 색채를 보여주는 파리시기의 그림, 그리고 파리시기 이후의 그림이 차례대로 전시돼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어두운 그림에서 밝은 그림으로, 두꺼운 터치에서 얇은 터치로 그의 화풍이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에 정착한 첫 해인 1886년 여름, 그는 색채를 연구하기 위해 무려 30여점을 그릴 정도로 꽃 정물화 작업에 집중한다.전시돼있는 <화병에 담긴 카네이션>, <화병에 담긴 꽃>등의 그림을 통해 점차 밝아지는 그의 색채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는 이렇듯 주로 꽃을 통해 색채 연습을 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꽃을 구하지 못하면 <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에서 볼 수 있듯 해산물을 구해 색채연습을 계속했다고 한다. 또한 평범한 식당을 점묘화풍으로 그린 <식당 내부 풍경>을 통해서는 신인상주의 화풍을 시도했던 모습도 볼 수 있다. 작품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했던 그가 빈곤한 생활 속에서도 쉼 없이 색채와 양식의 변화를 시도했음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다.

 

   
 
  ▲ 탕귀 영감, 1887-1888년캔버스에 유화, 92 x 75 cm, 로댕미술관  
 

 

  이 그림들을 보고나면 두 손을 포개고 앉아있는 노인이 그려진 인물화 한편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프랑스 로댕박물관 이외의 장소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파리시기의 걸작, <탕귀 영감>이다. 탕귀는 작은 화구상을 운영했던 화상으로 가난했던 반 고흐의 작품 활동을 지지해주고 후원해줬던 사람이다. 그림 속의 탕귀가 정적인 자세로 그려진 것은 반 고흐가 그의 친절하고 겸손한 성품을 화폭에 담아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려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정육점 전경>, <쟁기로 간 들판>등의 소소한 풍경을 그린 파리시기 이후의 그림을 보고나면 제 2부 <반 고흐, 작품 속으로>가 시작된다. 2부에서는 ‘작품의 재료는 무엇인가?,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작품의 인물은 누구인가?’등의 소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파리 시기 작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독특한 기회를 선사한다.

  반 고흐는 캔버스를 구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렸던 작품 뒷면에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소주제 ‘작품의 재료는 무엇인가?’에서 이와 같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한 장의 캔버스 양면에 그려져 앞면인 <해바라기가 있는 농장>과 뒷면인 <여인의 초상>의 모습이 그것이다. 또 캔버스가 아닌 곳에 그린 그림도 있는데, 나무재질의 일본 차(茶)함 뚜껑 위에 그림을 그린 <히아신스 줄기가 담긴 바구니>가 대표적인 예다. 투명한 상자 안에 특별 전시된 이 그림은 앞·뒷면을 모두 볼 수 있게 돼있어 그림 뒷면에 일본어로 회사이름이 표기돼 있는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다.

 

   
 
  ▲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1887년 1-3월,파리캔버스에 유화, 55.5 x 47 cm, 반고흐미술관  
 

 

  그 다음 소주제인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서는 특수장비로 작품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고흐가 그림을 그린 과정을 추측해볼 수 있다. <꽃이 핀 마로니에나무>와 <센느 강변>의 경우, 적외선 촬영한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어 그가 먼저 밑그림을 그린 후 채색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의 연인이었던 여인을 그린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는 엑스선 촬영사진이 작품 옆에 나란히 걸려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엑스선 촬영사진 속에는 세가토리가 아닌 또 다른 여인의 초상화가 보이는데, 이는 모델료가 없어 캔버스를 덧칠해 재사용해야만 했던 가난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엑스선 촬영 사진 - 여인의 흉상1885년 12월 혹은 1886년 3월 이후  
 

 

  이처럼 가난해서 모델을 쓸 수 없었던 반 고흐는 자화상을 통해 인물화를 연구하게 된다. 그가 평생 남긴 36점의 자화상 중 27점을 파리 시기에 완성했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총 9점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소주제 ‘작품의 인물은 누구인가’에는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자화상>등 그의 자화상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 테오를 그린 <테오 반 고흐의 초상>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테오의 초상화는 그동안 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서야 테오의 초상화임이 밝혀졌다. 주의 깊게 볼 점은 <빈센트 반 고흐의 사진>과 <테오 반 고흐의 사진>을 그림 옆에 전시해 그림과 실제 사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부 전시의 끝자락에서 관객은 둥근 벽면에 그려진 연표를 통해 반 고흐의 여정을 시대별로 천천히 읽으며 그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연표에는 그가 화가로서 첫 발을 디딘 모습부터 오베르 근처의 밀밭에서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쏜 후 테오에게 “인생의 고통이란 살아있는 그 자체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마지막 모습까지 담겨있다. 전시는 반 고흐의 아를르 시기를 조명한 완결편 전시 <Van Gogh:Last passion>으로 4년 후 찾아올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된다.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37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단 한 점의 작품만을 판매했을 정도로 반 고흐는 평생 가난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값보다 더 많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처럼,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을 이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화가였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땀방울은 파리시기의 작품 하나하나에 절절히 묻어났다.


  미술사의 독보적인 화가이자 지극히 짧은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그의 특정시기를 테마로 전시하는 일은 극히 드물며, 특히 파리 시기의 전시는 1988년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단 한번 이뤄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의 내부공사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열리며, 이후 작품들은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가게 된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을 꽃 피우려 노력한 한 화가의 기록을 지금, 특별한 테마 전시 <불멸의 화가-반 고흐 인 파리>에서 만날 수 있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II: 반 고흐 in 파리>
기간: 2012.11.08(목) ~ 2013.03.24.(일)
장소: 서초구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시간: 동절기 11: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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