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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찍는 영화 이야기, 그 속으로 '접속'
이은규 기자  |  smplek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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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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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산다는 파주 헤이리 마을. 자연이 좋아 이 곳으로 이사왔다는 조영욱 영화음악감독을 그 곳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층에는 갤러리가 있어 예술의 향기가, 2층에는 대나무로 둘러싼 자연이 있어 자연의 향기가 묻어나는 그 곳에서 조 감독의 영화음악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 영화음악감독의 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친절한 금자씨> <클래식> <공동경비구역 JSA>……. 이 모든 영화들은 조 감독이 영화음악을 했던 작품들이다. 음악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영화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 감독은 어떻게 영화음악의 길을 걷게 됐을까. “평소에 알고 지내던 영화 제작사 프로듀서가 <접속>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왔었어요. 음악이 중요한 영화라면서 저에게 음악감독을 부탁하더군요.”


조 감독은 ‘우연히’ 영화음악감독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영화음악감독으로서의 삶이 꼭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삶의 해방구였다고나 할까? 음악을 들을 때마다 현실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 감독은 최근에 들어서야 정식으로 체계적인 음악 공부를 하게 됐지만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용돈을 모아 레코드 음반을 사 모으고, ‘평생 음악만 들으면서 살 수 없을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등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컸다.


가요, 락, 클래식 등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음악을 좋아했던 조 감독은 음악만큼이나 영화도 좋아했다. “젊었을 적 영화 제작의 꿈을 꿨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어요. 용기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요.” 그러나 영화를 즐겨 보고,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과 영화 이야기 하는 것을 낙으로 삼으면서 영화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음악과 영화 모두 좋아했던 조 감독에게 영화음악감독으로서의 인생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감정’이 살아있는 그의 영화음악


달그락 소리를 내며 커피잔을 내려놓은 조 감독의 눈길이 잠시 틱틱 소리를 내는 난로에 머물렀다. 늘 음악을 곁에 두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은 소리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기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조 감독에게 영화음악의 매력을 물어봤다. “영화음악은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한 것입니다. 둘이 함께 결합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상(像)을 만드는 것이 참 매력적이죠.”


이에 덧붙여 주인공과 관객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곡을 작곡하는가 하면, 기존에 있던 곡을 선곡하기도 하고 때로는 원곡을 편곡 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혈의 누>에 삽입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제1악장’에는 피아노 반주가 없다. 주인공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곡의 피아노 반주를 삭제해 편곡했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들으면 러시아의 광활한 벌판에 서있는 고독한 인간이 떠오른다는 조 감독은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삽입된 장면은 소연이 섬에서 도망치고 있어 격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소연’과 ‘인권’의 슬픈 이별을 뜻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며 한 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에게 영화음악 작업은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모든 작품에는 다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노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그 중 조 감독의 테마곡은 뭘까. 그는 “<해피엔드>와 <올드보이>가 나의 취향과 본질에 가까운 영화예요. 침침하고 우울하고 비관적인 그런 영화요.”라고 말하며 <올드보이> 우진의 테마곡인 'Cries of whispers'와 <해피엔드>의 삽입곡인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를 자신의 테마곡으로 꼽았다.

시대를 고민하는 ‘인문학’ 예술가


인터뷰하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을 만큼 밝은 모습을 보인 조 감독에게 고독하고 무거운 느낌의 테마곡은 의외였다. 그러나 곧이어 ‘영화음악’이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늘 ‘고민’한다고 말하는 조 감독을 보니 묘한 어울림을 느꼈다.


조 감독에게 예술은 ‘시대의 고민을 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시대를 고민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인문학’에 집중한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을 좋아해요. <미완의 시대> <혁명의 시대> 등 그의 수많은 저서를 읽으면 오늘의 고민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또 한 시대의 고민을 담고 있는 소설책도 즐겨 읽고요.” 영화라는 것도 결국 소설과 같이 ‘서사’가 아니겠냐며,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작품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조 감독이다.


인생 선배로서 후배에게 전하는 조언 한마디도 역시 인문학을 벗어나지 않았다. “인문학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해요. 인문학적 소양이 나중에 인간적 지식에 대한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겁니다. 때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이에 덧붙여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들을 더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 말을 듣자 앞으로 조 감독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이에 조 감독은 “더 좋은 영화음악을 만들고 싶어 요새는 화성악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영화도 제작하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수줍게 웃으며 그저 유(有)에서 무(無)를 만드는 창조적인 과정이 좋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벌써부터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조영욱 영화음악감독은 1997년 <접속>을 시작으로 <텔미썸딩>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클래식>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많은 작품의 영화음악을 감독했다. 또한 2003년 대한민국 영화대상과 2004년 대종상 영화제 등 각종 영화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음악계의 대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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