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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개의 문> 공식 포스터.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안과 밖, 용산을 재조명하다

2009년 1월 19일의 용산참사가 3년 만에 영화 <두 개의 문>으로 재탄생했다. <두 개의 문>은 7만 명이라는 독립영화 사상 기록적인 관객 수를 동원하며 잊혀져가고 있던 용산참사 사건을 다시 환기하고 있다. 용산참사를 다큐멘터리 식으로 다룬 <두 개의 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용산 재개발이 실시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은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다. 철거민들이 농성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망루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결과로 농성 시작 25시간 만에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다. 그 후 경찰특공대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대법원은 철거민 7명에게 징역 4~5년을 최종 선고한다.

영화는 실제 용산참사 당시 촬영된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 사건에 투입됐던 경찰과 법정기록 등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두개의 문>이 용산참사를 다뤘던 타 매체들과 가지는 차이점은 철거민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조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부의 명령으로 구체적 정보도 없이 망루가 지어진 옥상으로 가야했던 우리 앞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하나는 막힌 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망루로 연결된 문이었지만 어떤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는 특공대원의 진술은 관객에게 악으로만 비춰졌던 경찰특공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과한다. 또 망루내부의 시너와 같은 위험 물질의 존재를 경찰고위층은 알고 있었으나 특공대원들은 몰랐다는 진술도 이어진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들기도 전에 내려진 성급한 진압 명령과 그로 인해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투입된 특공대원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두 개의 문>은 공개하지 않은 검찰의 조사기록 3000쪽에 대한 내용과, 연쇄살인 사건으로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여론을 무마하라는 정부의 홍보지침 발송 사실 등 용산 참사에 얽힌 주변사실들도 차례로 제시한다. 이 모든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단편적인 사건에서 벗어나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문맥 전체를 보게 한다. 절박함에 망루에 올랐지만 강경한 진압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철거민은 물론이고, 정확한 상황파악 없이 현장투입 된 특공대원의 편에 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영화는 ‘농성자들도, 경찰특공대원들도 모두 사랑하는 국민입니다’라고 했던 어느 대원의 진술서를 통해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판단의 문을 관객에게로 열어 놓은 것, 그것이 <두 개의 문>이 관객 7만 명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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