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시청 앞 광장에서 ‘월드스타’ 싸이의 무료공연이 열렸다. 이날 시청광장에는 8만 명의 시민이 싸이의 공연을 보기위해 모였다. 이들은 단체로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이날 공연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2001년, 당시 최고 트렌드였던 ‘엽기’를 내세워 연예계에 데뷔한 싸이는 그 후 10여 년간 꾸준히 앨범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올 여름 발매된 그의 6집 앨범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그를 단숨에 월드스타로 만들어 놨다.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에서 패러디를 포함한 모든 강남스타일 관련 영상이 조회 수 13억을 넘겼고, 음원이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르는 등 현재 세계인들은 강남스타일의 늪에 빠져있다.
  음악 하나로 전 세계를 강타한 그는 결코 헐리우드 배우처럼 얼굴이 조각상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모델처럼 키가 크고 늘씬한 것도 아니다. 지극히 동양적인 외모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는 가장 한국적이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요즘 우리사회는 점차 한국적인 것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한글날보다 할로윈 데이를 더 좋아한다. 가능한 다음 노래도 한국어로 만들어 미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싸이의 말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 간판은 온통 외래어로 도배돼 있고 어린아이들은 ‘세계화에 걸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조기유학을 떠난다.
  싸이는 미국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적어도 한마디씩 한국어를 한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는 생방송 도중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고, 시상식에서는 “죽이지?”라고 소감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한국어 사용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뮤직비디오에는 뒷걸음질 운동하는 아주머니들과 공원에서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 한강 오리배 등 한국만의 정서가 담긴 장면이 많이 담겨있다. 이렇듯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알리려는 싸이의 모습에 전 세계는 열광하지만 한국인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영어발음을 구사하기 바쁘다.
  세계 공통어 역할을 하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좋고 세계 시장의 중심인 서구 문화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먼저 우리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은 어떨까.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무조건적으로 강대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스스로 주체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키 작고 뚱뚱한, 소주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한국의 아저씨 싸이가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를 들썩이는 힘은 한국적인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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