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 날 들뜬 마음으로 강의실을 찾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원어민 교수가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의실을 착각한 줄 알고 몇 번을 들락날락하며 출력해온 강의계획서를 확인했다.’ 강의계획서를 보고 수강신청을 한 김 모 학우는 개강 첫 날 담당교수가 원어민으로 변경된 것을 알았다. 수강 정정을 하려고 보니 이미 다른 과목은 여석이 없는 상황. 김 모 학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원어민 수업을 듣기로 했다. 이처럼 갑작스런 교수, 강의내용의 변경은 강의계획서를 통해 수강과목을 파악한 학우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다.

강의계획서는 학우들이 수강을 결정하기 전 수업 내용과 교과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학우들은 강의계획서를 통해 수강신청을 하고, 한 학기를 계획한다. 때문에 현재 본교에서는 학과 담당교수에게 강의계획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수들은 최소한 수강신청 직전일까지 담당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입력해야 하며, 입력여부는 교원 업적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강신청 전 강의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아 학우들이 수업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담당교수가 정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재된 강의계획서를 읽고 수강신청을 한 경우에도 개강 첫 날 담당교수가 바뀌거나 수업방식이 바뀌어 학우들에게 혼란을 주는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과목은 개설 됐으나 담당교수가 없어
교수는 학우들이 수강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학우들은 해당 교수의 지난 학기 강의평가를 참고하거나 주위 친구들의 평을 듣고 수강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수강신청을 하다보면 담당교수가 없는 이른바 ‘투명교수’ 수업을 볼 수 있다.
현재 본교 학사지원팀에서는 개강 2개월 전 과목 개설과 강의시간, 강의실 배정을 마친다. 그러나 개설과목에 대한 교수 배정은 주관학과에서 하기 때문에 학과에 따라 일부 강의의 교수 선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김수영(중어중문 12) 학우는 “전공필수 수업이라 이번 학기에 들으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신청 후에도 폐강 될까봐 불안했다”며 “개강 며칠 전 담당교수 배정문자를 받았는데, 원어민 교수가 배정돼 당황스러웠다. 미리 알았다면 이 수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김 학우는 “학우들 혼란을 막고, 수강신청 완료 후에 폐강 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담당교수를 미리 확정한 뒤 강의를 개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본교 학사지원팀은 “주관 학과의 사정에 따라 교수가 배정되기 때문에 학사지원팀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나,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관 학과에서 교수 배정을 일찍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강의계획서 부재, 있어도 내용 미흡
강의계획서 작성여부를 교원 평가에 반영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교수들은 강의계획서를 입력하지 않거나 매우 부실한 강의계획서를 게재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A학우는 “전공수업의 강의계획서가 수강신청 마지막 날까지 올라오지 않았다”며 “한 학기동안 들어야 하는 강의인데 무엇을 배우는지도 모르고 신청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설하(역사문화 11) 학우는 “게재된 강의계획서를 참고하려 했으나 과제와 시험에 대한 내용이 ‘추후 공지’라고만 명시돼 있어 혼란스러웠다”며 “구체적이지 않은 강의계획서는 수강과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사지원팀은 “수강신청 직전일까지 강의계획서가 입력되지 않은 강의는 주관학과에 명단을 통보해 최대한 교수들이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으며 교과목 개요 및 교육목표, 강의방법과 평가계획 등은 필수 입력사항으로 모두 입력이 돼야 최종입력으로 분류 된다”며 “강의계획서가 부실한 경우에는 최종입력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교원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계획서와 다른 교수, 다른 수업
강의계획서를 꼼꼼히 읽고 수강신청을 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강의 첫 날 다른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수가 바뀌면서 강의내용도 바뀌어 학생들이 계획한 시간표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송연재(한국어문 11) 학우는 “수업 첫 날 교수님이 바뀌어 강의계획서에 없던 발표와 토론 과제가 생겼다”며 “내가 원하던 수업방식이 아니어서 결국 수강취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학우는 “개강 날까지 담당교수가 바뀌었다는 공지도 없이 다른 교수가 들어와 황당했고, 수강취소를 하면서 다른 시간표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사지원팀은 “해당 교과목 주관학과에서 교수 배정 후 다양한 사유로 변경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며 “교수변경을 최소화 하도록 각 학과에 통보하고,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변경사항을 미리 공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강의계획서에 게재된 것과 다른 수업방식도 학우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교환학생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본교 교환학생들을 지원하는 버디리더십그룹U.R.I.의 이지원(프랑스언어문화 12)학우는 “강의계획서에 영어수업이라고 명시돼 있어 신청을 했는데, 한국어로 수업해 수강취소를 부탁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며 “사전 공지도 없이 수업방식을 변경해 많은 교환학생들이 당황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현재 학사지원팀은 강의계획서에 게재된 것과 수업방식이 변경될 경우 담당 교수가 강의계획서를 수정한 후 수강생들에게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특별한 공지나 계획서 수정 없이 강의가 진행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학사지원팀은 “기말 수업평가 시 수업이 강의계획서대로 진행됐는지에 대한 평가 문항이 포함돼 있다”며 “담당교수의 수업방식을 학사지원팀이 관리할 수는 없으므로 피해를 입은 경우 수업평가에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 수강에 불편을 줘 미안하다”며 “개설과목에 대한 전체적인 민원을 분석해 동일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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