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가 되야 겠다고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죠. 태풍피해를 입었을 때 기자가 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경남 마산 출신이에요. 그래서 2003년에 태풍 매미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었었죠. 정말 영화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전기랑 수도가 다 끊겨서 수재민처럼 지냈었어요. 그때 전국 각지에서 구호 물품도 많이 보내주시고 직접 봉사 활동 오신 분들도 많았어요. 전 근처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너무 궁금하더라

고요. 그래서 여쭤봤더니 ‘신문과 방송을 보고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아무리 극한의 상황이더라도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사람이 있구나’를 느꼈죠.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연결통로가 돼준 것뿐 아니라,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진 이유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 피해자의 입이 돼줬어요. 그런 점에서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됐죠.

 

입사시 가장 도움됐던 것은 무엇인가

신문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신문마다 논점이 다르니까 최소 2개는 봤어요. 아침에 조선일보를 봤다면, 저녁에는 경향 신문을 보는 것처럼요. 신문을 보면서 유용한 정보는 따로 메모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조차 좋았던 장면과 대사를 필기하곤 했죠. 이런 습관이 신문사 필기시험에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제가 입사할 당시 논술 문제는 ‘중도정책론에 대해 논하라’였고, 작문의 주제는 ‘엄마’였죠. 그때 중도정책론은 신문 어딘가에서 봤던 ‘볼리바르 혁명’을 생각해 내 쓸 수 있었죠. 또한 작문의 경우에는 ‘잣나무는 환경이 오염되면 잣을 한 해에 많이 맺고 그 뒤로는 열매를 안 맺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출산율 저조와 엄마를 연관지어 쓸 수 있었어요. 만약 제가 노트에 한번 써보지 않았다면 그대로 잊혀졌을 자투리 지식들이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어요. 필기하고 계속해서 보는 습관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방송기자와 신문기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동아일보에 입사해서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종편 채널A 문화부에서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어요. 동아일보는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모두 교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운영되고 있어서 신문기자와 방송기자를 모두 해볼 수 있죠. 둘다 경험해 보니,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어요. 신문은 글로 내가 얼마만큼 아는지를 뽐내는 장이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 고치고, 작은 오탈자 하나까지도 신경써야해요. 하지만, 방송은 내가 아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1분 30초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아는 것이 필요없을 때도 있어요.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기자는 단독의 개념이 강하지만 방송은 협업의 개념이 좀 더 강하다는 거에요. 기자는 취재부터 기사작성, 심지어 사진까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방송기자는 카메라 감독님 편집 감독님이 다 따로 계시죠.

 

생각했던 기자 생활과 실제가 차이가 있다면

실제 기자 생활은 제가 학보사에서 일했던 것보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야기 들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치열했어요. 또 실제로 기자로 활동하니, 기자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인간적이라는 점에 놀랐어요. 끔찍한 자연 재해나 사건 앞에서도 기자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만 사건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때론 인간의 마음으로 펑펑 울면서 사건을 접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죠. 그리고 학보사 기자 생활을 했을 때는 숙명여대에 한글로 나오는 신문은 숙대신보밖에 없으니까 기사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경쟁사가 많다보니 기사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그러다보니 기사를 팔기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요. 한편으로는 정보전달이 목적이 돼야 하는데 소위말해서 팔려고 하는 자극적인 기사들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죠.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저희 집이 딸만 둘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거친 말을 들을 일이 전혀 없었죠. 처음 수습기간에 ‘야 이 새끼야’라는 말을 부장 선배에게 처음 들어봤어요. 근데 저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거에요. ‘내가 이렇게 욕먹을 정도로 일을 못하나’ 싶어서요. 너무 여렸던 거죠.(웃음) 그리고 경찰들이 기자를 그렇게 싫어하는 줄 몰랐어요. 경찰들은 언론에서 ‘훌륭한 경찰이다’라는 보도를 해줄 때 말고는 자꾸 와서 꼬치꼬치 캐묻고 감시하는 기자들이 싫은거죠. 살면서 그렇게 심한 냉대는 처음 받아봤어요. 기자가 정의로운 이미지이기 때문에 경찰들과 정말 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아서 당황스럽기도 했죠. 이런 경우처럼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던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종종 기자가 된 것을 후회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일을 계속하게 하는 기자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가 학구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한가지를 깊게 팔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신문사는 한 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보통 2년, 길어야 3년이에요. 그래서 2-3년에 한번씩 나의 분야가 통째로 바뀌는 거죠. 그래서 나도 몰랐던 나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신문사 일을 하면서 적성을 찾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아요. 환경부에서 근무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민단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아일보 출신선배도 있구요, 유통부에서 근무하다가 수입맥주의 매력에 빠져 술집을 하고 있는 선배도 있어요. 이렇게 기자로서 평생 일해도 좋지만 내가 몰랐던 나의 다른 적성도 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대우 받으면서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20대 여성이 어디가서 사람을 당당하게 대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잖아요. 20대 여성 기자는 다양한 분야의 영향력있는 사람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만날 때마다 ‘강기자 왔어요?’라고 존칭을 해주시곤 하죠. 하고 싶은 일을 대우받으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기자의 매력중 하나 아닐까요?

 

되고싶은 기자는 어떤 기자인가

취재원과 회사 양측의 신뢰를 받는 기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에요. 인간미가 있지만, 일처리도 똑부러지게 할 수 있는 그런 기자요. 옛날에 가요를 담당할 때 였어요. 10cm가 한창 그들의 히트곡이 ‘아메리카노’로 뜨고 있을 때, 그들을 섭외해 왔는데 선배들이 10cm를 모르는거예요. 아무리 유명한 인터뷰를 따왔어도, 그 기사를 실을 지면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거든요. 그래서 선배들을 설득해야 했는데 그때 부장선배가 그러셨어요. ‘가요를 담당하고 있는 은지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지면을 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요. 그때 제가 회사에서 그래도 신뢰받고 있는 기자구나라는 것을 느꼈죠. 정말 기분 좋았죠. 10cm또한 인터뷰 약속을 받을 때 ‘강은지 기자라면 우리 음악을 왜곡하지 않고 써줄 것 같다’는 말을 했고, 저 때문에 동아일보와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한다고 약속한 상황이 었어요. 이 때 제가 기자로서 원했던, 취재원과 회사의 신뢰를 모두 받는 기자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많이 만들어서 인간적이지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사회에서 보는 숙대의 이미지는 어떤가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들었던 말이 있어요. ‘너 얌전하고 말 잘 들을 것 같아’라는 말이었죠. 아직도 사회에는 숙대생이라고 하면 정숙하고, 조신한 이미지가 강해요. 활발하고 비판적인 기자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는 아니죠. 하지만 제가 현재 재직 중인 동아일보의 경우에는 입사당시 숙명여대라는 점이 크게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언론 분야에 숙명여대 출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숙명여대 출신 언론인이 많이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뿐이죠. 오히려 회사보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취재원들에게 기분 나쁜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해요. 취재 나갔을 때 ‘동아일보도 이제 별거아닌가 보네. 숙대도 기자로 뽑고’와 같은 이야기까지도 들어봤죠. 그래서 언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숙대생들이 많아져서 사회에서 보는 숙명여대의 이미지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우선,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너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나를 떨어뜨려? 후회할꺼야’라는 생각으로 독을 품어야 하는데, 상처받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4학년 때 정말 많은 신문사 입사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보기좋게 다 떨어졌죠. 스스로 ‘나는 숙대신보도 했고, 중앙일보에서 인턴하면서 잘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왜 다 떨어질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당연히 제가 떨어진거겠죠? 그래서 저는 명언재에서 정말 미친듯이 글만 썼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동아일보에 입사할 수 있었죠. 평생을 하고 싶은 일인데 1, 2년 매달리는 게 그렇게 큰 도전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끈기와 오기를 갖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 로 매사에 충실히면 무슨 일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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