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기본 윤리를 잊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특히 연일 보도되는 성범죄 사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성범죄 기획기사를 위해 관련 자료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잘못된 점을 발견했다.
 먼저,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원인을 찾거나 그들에게 이차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생한 나주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어떤 이들은 피해자의 엄마가 집을 비웠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설명한다. 이는 결코 성폭행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또한 어떤 기사는 피해자의 과거 일기장을 공개하며 ‘이처럼 밝았던 아이를 망가뜨렸다’고 표현했다. 성폭행도 폭행의 한 종류다.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왜곡된 시선이 피해자의 아픔을 더 심화시키고 재기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또, 사람들은 성범죄 가해자의 불우한 성장 배경이나 불안정한 인간관계를 통해 그들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도 타인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세상에 고통 없이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개인의 고충과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고통을 완화하고 치유하고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분명 성범죄자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잘못된 인식은 정작 초점을 맞춰야 할 핵심을 잊게 만든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는 목적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사건을 전달하는 사람과 접하는 사람 모두 제 3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에 국민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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