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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청송상이현송(동래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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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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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 : 나를 움직이는 힘

 

저는 미숙아입니다. ‘1.21kg’의 작은 몸무게로, 정상체중의 태아보다 훨씬 미달이었던 작은 아이. 저는 자그마치 칠삭둥이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전치태반으로 생살을 가르고 저를 낳으셨습니다. 물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렇게 채 10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저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마취를 하지 않으셨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의사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태아가 너무 작아, 마취를 하면 실명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와는 다르게 입술 사이로 내뱉어진 한마디는 참으로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무런 마취를 하지 않으신 채 차가운 커터칼로 생살을 자르셨습니다. 또한 어머니께서는 수술을 들어가기 전에 수술동의서뿐만 아니라, 차가운 그래서 마음 한구석을 얼게 만드는 수술 시 환자가 사망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그 서러운 종이 위에다 어머니의 입술처럼 붉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어머니의 가녀린 손가락 끝에 묻혀진 지장을 찍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차갑고 서러운 매스가 어머니의 배를 갈랐음에도 불구하고, 갓 깨어난 어머니의 충혈된 눈에 비친 할머니의 첫마디는 축하한다라는 따뜻하고 다정한 한마디가 아닌 아이는 또 가질 수 있으니까……라는 심장을 쿵!하고 떨어지게 만드는, 내동댕이 쳐진 심장이 먼지 쌓인 바닥을 나뒹굴게 만드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갓 태어나 축하와 사랑 속에 둘러 쌓여 있어야 할 때에 혼자서 딱딱하고 차가운 투명 플라스틱 속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수백 개의 바늘과 기계들이 따뜻한 어머니의 품 대신에 저를 감싼 채 말입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보러 겨우 몸을 내딛어 한걸음을 걸으면, 그 아까운 걸음이 무색하게 가족들은 어머니를 막아선 채 안 된다.’라는 단호한 한마디를 붉어진 눈으로,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고 합니다.

 

러나 하루가 지난 후에, 어머니께서는 새벽 일찍 모유를 짜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저를 찾으러 신생아실로 향했답니다. 그러나 곤히 잠든 천사들 사이로 저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흰색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의 옷을 붙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제 아이는 어디 있나요?”

하는 어머니의 물음에 간호사의 안쓰러운 눈빛이 감싸고 그녀가 가리킨 손 끝으로 남들과는 조금 달라서, 그래서 더욱 특별한 제가 있었습니다. 겨우 있던 수분마저 빠져버려 더욱 줄어든 몸과 무엇인가로 감싸진 두 눈, 그리고 겨우 내뱉을까 하는 작음 숨소리. 미세하게 떨리는 저의 심장박동을 들으며 어머니께서는, 나의 엄마는 나를 먹이려 설레이며 짰을 첫 모유를 놓쳐 버린 채 그렇게 몇 시간을 하염없이 울기만 하셨다고 합니다. 조금 특별한 저의 앞에서 우리 엄마는 그리고 저의 가족들은 서로를 안고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수술한 지 하루 만에 머리를 감으셨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저를 위해, 의사의 살 수 있는 확률이 거의 희박합니다.’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매일 아침에 모유를 짠 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서, 그렇게 귀한 걸음 걸음을 내딛어 어머니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저에게로 오셨다고 합니다.

봄이야, 잘 잤니? 엄마 왔어.”

그렇게 몇 달 며칠 동안을 저희 어머니께서는 새벽마다 저를 보러 오셨습니다. 다행히 그 덕분에 저는 가녀린 생명의 끈을 꽉 붙잡고 버틸 수 있었고, 겨우 2kg이 되어, 차갑고 뾰족한 바늘밭이 아닌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엄마의 품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기적이 정말로 있다고 믿으십니까?”

저는 모두가 죽을 것이라 확신하던, 태어나 웃음소리보다 울음소리를 먼저 들어야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이만큼 자라게 되고,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제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거나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저를 남들보다 더 많이 특별할 수 있도록 늘 커다란 사랑을 주시는 나의 가족, 나의 사랑,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제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고 여리던 제가 키가 자라고 살이 찌고,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커다란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또 한번 저의 인생에서 커다란 고비 앞에 서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커다란 파도를 자유로이 헤엄쳐 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바람이 되고 돛대가 되고 더욱 커다란 배가 되어주시는 저희 어머니, 우리 엄마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저보다 먼저 일어나 따뜻한 밥 한끼 든든하게 먹이고 보내고 싶어서 새벽같이 쌀을 씻고, 그런 아침을 먹으며 웃는 저에게

아침을 먹어야 든든하게 공부하지. 기적의 엄마 딸은 잘 할 수 있을거야! !”

이라 말씀해주시는 우리 엄마, 짜증도 부쩍 늘고 괜한 스트레스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못난 딸인 저는, 요새 눈이 많이 나빠지셔서 힘들어 하시는데도

병원가세요.”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못된 딸인 저는, 이렇게 또 한번 반성을 합니다.

딸은 엄마의 꿈이다.’

제가 엄마의 꿈이자 사랑이자 삶의 이유인 것처럼 저 또한 그런 사람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밖에서 떨리는 손으로 기도하고 있을 우리 엄마, 내 삶의 이유이자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나를 이끌어주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우리 엄마.

나를 움직이는 힘!’

나의 어머니, 나 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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