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고양예고)

글제 : 자전거

 

 

 

아빠 나는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을 기억해요

막 걸음마를 시작하듯 사정없이 비틀거리는 나를

억세게 지탱하던 아빠의 큰 손을 기억해요

한 움큼 집어먹은 겁이 내 속을 세차게 치고

달아오른 귓가까지 들려오던 거센 심장 박동

나는 경쾌한 탄성을 내지르며 페달을 밟아 나갔어요

한참을 달리다 돌아온 곳에는

살랑이던 노을 사이로 오래된 사진처럼

희미하게 바랜 아빠 모습

 

 

 

아빠는 기억하고 있어요?

처음 내가 아빠의 휠체어를 밀어주던 그 날을

이제는 울음 참는 법도 배운 내가

푹 젖은 그림자를 질질 끌며

간신히 해낸 우리의 고요한 산책을

아빠는 고집 부리며 억지로 나를 떼어냈고

나는 어린 기억 속의 아빠처럼

눈 시리게 하얀 병실 복도에 못 박혀

멀어지는 아빠의 위태로운 뒷모습에

억지로 울음을 삼키고 있었어요

뿌듯한 얼굴의 아빠가 돌아본 그 곳엔

소화 되지 않은 울음을 토해내던 나

 

 

 

아빠 나는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우리들의 어설픈 홀로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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