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고양예고)
글제 : 눈썹
미간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오래 전 내가 잠들어있던 곳
그 속에서 한 차례 더운 계절이 뒤바뀌고
곡소린지 신음소린지 모를 소음이 스쳐갔다
몇 번의 굴곡이 생겨났던 자리
동남아 얼굴이 검은 태아의 눈빛도
아마 그곳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언제부터 저곳에 자라기 시작했을까
수수억 년 전 수북한 검은 터럭이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때부터
인간은 늘 어딘가를 감추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화단에 잔뜩 쏟아져내린 진달래처럼
툭툭 꺾어지던 노인정 바랜 술들
어느 날 밥상에서 희고 가는 터럭 하나 발견했을 때 엄마는
몇 가닥 없는 눈썹을 왠종일
손질하던 외할머니의 손짓이
가물거렸겠다
몇 번의 생이 더 지나야
저 짧고 곧은 것들의 자리가
온전해질 수 있을까
울창하게 자란 소나무 숲과 몇 개의 무덤 사이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들처럼
텅 빈 점막을 채워줄 검고 유연한 터럭이 있었더라면,
어젯밤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엄마의 미간 사이로
비쩍 마른 노인이 걸어들어갔다
숙대신보사
smnew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