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말투, 체격 등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 중 양성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는 남녀가 갓난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신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음을 던져본 일이 있을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왜 힘이 약할까?’ ‘왜 여성은 남성보다 허기를 잘 견딜까?’ 이러한 궁금증으로부터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사람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시작된다. 수억 개의 정자 중 난자와 만나는 정자는 단 한 개다.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가 난자와 만나면 남성이 되고, X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가 난자와 만나면 여성이 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다음 9주까지는 생김새를 보고 성별을 구별할 수 없지만, 9주가 지난 후에는 외부생식기관을 보고 성별을 구별할 수 있다. 9주가 지나면 남성에게는 음경, 여성에게는 음핵과 같은 생식기관이 발달한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는 생식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생식기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남성이 힘이 세지고, 지방층보다 근육이 발달하는 등의 남성적인 변화를 촉진시킨다. 한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근육을 생성하지 않고 지방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한다. 근육이 덜 발달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운동을 많이 해도 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을까? 을지의대 김찬(생리학 전공) 교수는 “강건한 여성 운동선수는 선천적으로 보다 강하겠지만, 아무리 운동을 해도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같은 근육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근육이 남성처럼 부풀지 않을 뿐 힘은 세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의 체력이 남성에 비해 유리한 점도 있다. 근육 대신 생성된 체지방은 여성이 살아가는데 이로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체지방은 열전도율을 낮춰 몸 안의 열이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추위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가 비슷한 체격조건을 갖고 있을 경우 체지방이 많은 여성이 추위를 덜 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은 허기를 더욱 잘 견딜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여성은 체지방이 많을 뿐 아니라 ‘안정 시 대사율’이 남성보다 작기 때문이다. ‘안정 시 대사율’이란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로, 근육량이 많을수록 증가한다. 남성의 대사량은 하루 평균 1,700cal 정도이지만 여성의 대사량은 약 1,200~1,400cal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 같은 에너지(지방량)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원(지방)과 낮은 대사율을 지니기 때문에 극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먹지 않고도 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는 술자리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여성은 같은 몸무게라도,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 남성에 비해 더 쉽게 취한다.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체액이 적고 체지방이 많지만 알코올은 지방에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체중은 혈관을 통해 알코올의 분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일수록 알코올을 분해할 여지가 적다.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신체가 작기 때문에 알코올에 뇌에 도달할 때까지 덜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여성은 위에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탈수소효소를 적게 갖고 있어 남성과 같은 몸무게에서 같은 양의 술을 섭취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30% 이상의 알코올을 혈액에서 흡수하게 된다. 즉, 여성에게 1잔의 술은 남성에게 2잔의 술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생식기 차이, 근육이나 장기 기능 등과 같은 신체적 차이는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질병을 앓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여성들은 생리를 하므로 생리통과 빈혈을 경험한다.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후유증도 겪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완경에 이르면 폐경증후군과 골다공증에 빠질 위험이 많다. 외음부의 모양 때문에 남성보다 방광염, 성병, 에이즈에도 더 쉽게 걸린다. 편두통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더 잦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수명은 남성에 비해 무려 7년 이상이나 길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원인 가운데 대부분의 경우에서 여성은 좀 더 늦게, 또는 적게 죽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자주 질병을 앓기는 하지만 중병을 앓는 경우가 적다. 반대로 남성은 병에 걸리는 빈도수가 낮은 대신 심각한 질환을 겪기 때문에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작용한다. 우리 학교 송은숙(생명과학 전공) 교수는 “성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병은 남성의 경우 흉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발견 및 진단이 쉽지만, 여성의 경우 흉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공존하는 두 개의 성, 남과 여. 이 둘의 생물학적 차이는 당연한 일이어서 새삼스레 놀랍거나 신비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성이 만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해 재차 언급하는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차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이해하자. 그 둘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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