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목), 여성가족부 접견실에서 만난 김금래 장관이 우리학교의 기념 브로치를 달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그때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졌나?
학교다닐 때는 평범한 모범생이었어요. 특별히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내면에 여성문제에 예민한 기질은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인식을 못했을 뿐이죠. 타학교와 토론 모임을 할 때, 남학생들이 저희 학교를 무시하면 발끈을 한다던가 그런 식이었어요. 이런 사례를 보니 제가 여성문제에 예민했던 편인 것 같아요.
 
숙명여대 정책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숙명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나?
75년도에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여성학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졸업 후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숙명여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죠.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숙명여대는 요조숙녀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하지만 90년대, 제가 숙명여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더라고요. 여대 최초로 ROTC를 유치한 것처럼요. 또한 학교 자체에서 학생만족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멘토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있고,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며 양적인 발전도 있었다고 봐요.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죠.

장관에 취임한지 6개월여가 지났다. 소회가 어떠한가?
어려운 점이 많아요. 여성가족부는 여성과 청소년, 가족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치는 부서에요. 한마디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치는데, 이에 다른 정부부처와 협력하는 일이 잦아요. 예를 들면 여성의 일자리는 고용노동부와 관련돼있고, 청소년 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야 하죠. 각 정부부처와 정책을 조정하고 협조를 구하는 부분이 어려워요. ‘나만 잘하면 되’ 이 말이 불가능한 셈이죠. 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에 비해 규모도 적고, 예산도 적어요. 그래도 직원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체성을 갖기 위해 고생하고 있어요.

각종 행사장이나 센터를 방문하는 등 대외활동을 유독 많이 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현장에 가고 싶어요. 정책이 정책대상자에게 전달될 때 어떤 효과가 있고 얼마나 만족하는지, 업무를 집행하는 일선 기관이나 공무원 입장에서 볼 때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을 알아야 하잖아요. 앉아서 보고 듣는 것 보다 현장에서 들으면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서 가능하면 정책 현장에 가려고 해요. 

장관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제 성격상 권위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편하게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또한 장관이란 직책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지 특별대접을 받는 자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책의 책임자로서 중요성은 있고, 특별한 역할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너무 대우를 받으면 불편하기도 하고요.

정부부처 내에서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엄마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과 청소년의 역량을 키우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또한 여성과 청소년처럼 보호가 필요한 사람, 혹은 어려운 사람에게는 힘을 북돋아주는 따뜻한 부처라고 봐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가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 이용제도’(이하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에게 디도스 공격을 받았었고,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정 내에서 엄마가 자녀를 위해 무조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것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막기도 해요. 여성가족부도 마찬가지에요.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한 것이에요. 청소년 시기는 인격이 완전히 완성된 시기도 아니고 수면을 충분히 취해야 하는 시기잖아요. 게임을 하며 수면을 방해받고, 폭력물에 노출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봐요. 사실 저도 의원시절에는 청소년이 12시 넘어서까지 게임을 하면 어떠냐는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청소년 게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돌렸죠.

노래가사 심의에 관해서도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노래가사 심의같은 경우에 술, 담배가 들어간 가사는 모두 규제를 해서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를 정책적으로 보완했죠. 술, 담배가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를 하지 않고, 이를 조장하거나 권하는 가사에 한해 규제를 하도록 했어요. 또한 자의적인 해석을 못하게 시행세칙을 구체적으로 바꾸고, 심사위원에도 음반업체나 음반 시장에 종사하는 분들을 참여시켜서 음반시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보완했어요.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가 유해하다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의가 꼭 필요한가?
심의에서 통과하지 못한 곡들을 들어봤는데 굉장히 자극적인 곡들이 있어서 심의가 필요하긴 해요. 또한 음악은 한번만 듣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고, 그것에 면역이 돼서 유해하고 폭력적, 선정적인 내용에 익숙해져버려요. 이를 막기 위해서 어느 부처에선가 심의를 해야 하긴 해요. 다만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하는 여성가족부에서 심의하는 거죠. 

정책에 대한 반발을 보면 안타까울 것 같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어머니들은 고마워하고 좋아하세요. 셧다운제의 경우, 어머니들이 게임 때문에 자녀와 갈등이 많은데 정부가 개입해서 이를 중재해 주니까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어머니들의 목소리 보단 학생들의 불만스러운 목소리만 크게 부각되더라고요. 사실 정책에 대한 반발은 일부분일 뿐 대다수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에 만족하고 있어요. 전체 정부 부처 중에서 여성가족부가 정책 만족도 1위를 차지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여대생들을 위한 정책이 있는가?
전국 45개 대학에 여대생 커리어 개발을 지원하고 있어요. 또한 일선에서 일하는 여성 선배와 여대생과 간의 사이버 멘토링 사업도 하고 있죠. 그리고 국제전문여성인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에요. 매년 대학원 재학 중이나 졸업 후 6개월 이내의 여성 전문 인턴을 선발해서 교육을 한 뒤 UN본부나 OECD 같은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뿐만 아니라 청소년 국제교류사업(청소년-24세까지)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420명 정도가 해외에 나가요. 특히 금년은 중국과 수교한지 20주년이라 500명이 중국과 교류할 예정이에요.
 
요즘 여성이 두각을 내는 분야가 많아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성이라서 안 되는 분야는 없다고 봐요. 예전에 비해 선입견이나 편견이 많이 깨진 편이죠. 하지만 아직 어려움은 많아요. 각 정당대표가 여성이지만 여성의 정치참여가 아주 활발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 여성의원 비율이 15%이고, 정책 결정자에는 여성의 참여가 적은 편이죠. 또한 우리나라는 경제분야, 특히 CEO나 여성 임원 비율이 굉장히 적은 편이에요. 젊은 유능한 여성들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극복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이에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끔 보육정책을 잘 세워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세웠지만 직장 내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법적으로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차별을 못 받게 돼있어요. 하지만 몇몇 직장의 여성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죠. 특히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요. 직장 내에서 드러내놓고 하는 차별은 적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숙대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학생들을 보면 학점도 신경쓰고, 스펙을 쌓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요. 하지만 낭만도 있고 여유가 있는 때는 대학시절이라 생각하는데, 스펙쌓기에만 매진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동아리 활동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세요. 사람은 자산이거든요. 대학교 때 맺은 인연은 이해관계를 떠나 평생 이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면서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나고 인맥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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