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지난 20일(화), 28년 동안 본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가르고 현재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주연 석좌 교수의 인문학 특강이 ‘동서양 인문학의 공통성, 그 차이’를 주제로 진행됐다.

특강은 인문학이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에 걸쳐서 각각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는지 책 4권을 통해 살펴봤다. 특강에서는 『해리포터』와 더불어 서양의 고전 『일리아드』와 동양의 『산해경』, 『설국』을 사례로 그 차이와 공통성에 대해 소개됐다.

김주연 교수는 첫 번째로 소개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에 대해 “이전에도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같이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존재했었지만 해리포터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던 적은 없다”며 “이 점에서 해리포터를 현대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신입생들 앞에 놓여 진 마법의 모자가 하는 말에 초점을 맞췄다.

“모자가 하는 말 중 ‘나는 생각하는 모자니까요’라는 구절에 주목해야한다. ‘생각’이라는 개념은 이 작품이 일종의 마법적 무용담을 뛰어넘어 인문학의 주된 텍스트가 될 수 있는 핵심이다”

두 번째로 그가 소개한 책은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쓴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로, 그는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담겨 있으므로 서양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리아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고대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거의 실천 불가능한 상상 속에 존재한다”며 “ 때문에 무기란 마법을 상징하고, 특히 권력자의 힘에 맞서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구원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서양의 문학이 구원의 마법으로 악을 제압하는 양상을 전통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동양의 고전으로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을 꼽았다. 그는 이 책의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양 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와 네 개의 귀를 갖고 있고 눈은 등뒤에 붙어 있다’는 구절을 언급하며 “산해경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움직임보다 사물이나 풍경의 신비성에 초점을 맞춰 묘사된다”며 “신비성은 후에 책에서 인간에게 구원이나 저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러한 문학의 구조적 특징은 동양뿐만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서양의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일리아드와 해리포터에서도 마법과 구원의 구조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작품으로 동양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을 소개했다. 그는 강의를 하기에 앞서 설국의 마지막 장면인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떠밀려 휘청거렸다. 빌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 했다’는 구절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김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여주인공인 고마코가 화재의 현장 속에서 죽어가는 장면에서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구하기보다는 이 상황 자체를 ‘보고’, ‘느끼’고 있다”며 “현실 한 가운데서 ‘비현실적 환영’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이처럼 현대 동양 문학에서도 환상성을 찾을 수 있지만 서양의 그것과는 차이가 존재한다”며 “서양에서는 마법을 기초로 한 역동성에 환상성이 있는 반면, 동양의 경우 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현실초월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하며 동서양 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날 인문학이 자유와 상상력을 함께 포함하는 환상으로써 새롭게 갱신되어야 할 때”라는 말을 끝으로 강의를 마무리 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김진희(한국어문학부 10)학우는 “해리포터를 예로 들어 강의를 진행해 인문학이 좀더 쉽게 느껴졌다”며 “고대와 현대, 동서양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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