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을 가다

  TV 프로그램을 넘어 소극장에서도 스탠딩 코미디는 계속 된다. 혜화동에 위치한 대학로에서는 매일 스탠딩 코미디 전용 소극장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수많은 공연들이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이곳에서는 코미디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지난 9일, SBS <개그 투나잇>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인 ‘대학로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전용관’을 찾았다.

  극장에서는 SBS <개그 투나잇> 공연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공연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관객들이 공연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관객석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이엔티팩토리의 박용원 매니지먼트팀 실장은 “지금과 같은 비수기에는 주중과 주말 공연의 관객 수 편차가 크다”며 “주말에는 250석이 꽉 차지만, 주중 이른 오후 시간에는 20명 남짓한 관객과 함께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2010년에 <웃찾사>가 종영된 이후 코미디언도 관객도 많이 빠져 나갔지만, 최근 <개그 투나잇>의 성공으로 올해부터 다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관객들의 긴장을 푸는 간단한 관객 참여 코미디로 시작됐다. 공연이 진행되는 형식은 여타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각각의 스토리를 가진 코너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식이다. TV 화면을 통해서 익숙해져 있는 코너부터 처음 보는 코너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넓은 방송국 세트가 아닌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연기가 펼쳐지는 만큼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코너들이 많았다. 배우들은 상황에 맞게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고, 코너 평가를 부탁하기도 한다.

  코너 중 다수는 아직 방송에 방영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코너들은 방송으로 진출하기 전 검증의 단계를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 박용원 실장은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재미있다고 인정받은 코너는 방송에서도 통하기 때문에, 방송에는 가장 재미있는 것을 올리기 위해 우선 현장에서의 관객 반응을 살펴보게 된다”며 “이와 같은 ‘검증’을 통해 한 코너가 방영되기 까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SBS <개그 투나잇> PD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으면 방송에서 그 코너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 코너를 위해 몇 년을 투자하는 코미디언들의 노력에 비해 그 수익은 극히 적은 편이다. 아이디어의 흥행성 여부에 따라 무대에 오르는 코미디언의 직업 특성상 안정적인 수입은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극장 전반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개그 투나잇> 배우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박용원 실장은 “소속 연기자들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식사비와 공연비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연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는 거의 어렵다”며 “현재 80여명이 극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충분한 수당이 돌아갈 만큼 공연 수익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코미디언들은 무대를 이어나간다. 그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꿈’이기 때문이다. 박용원 실장은 “코미디언들의 꿈들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수입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들어 다시 스탠딩 코미디가 인기를 얻고 있고, 종합 편성 채널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게 되면서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과거에 비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며 “지금 이 무대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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