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기업 인턴십 필수 … 졸업 후엔 경력 인정

2011년 세계 MBA 평가 순위 중 유독 눈길을 끄는 학교가 있다. ‘MBA는 미국’이라는 공식을 깨고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 학교는 프랑스 국적의 비즈니스 스쿨 ‘에섹(ESSEC)’이다. 유수의 미국
형 MBA를 물리치고 파이낸스 부문 3위를 차지한 이 학교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 비결을 찾기 위해 지난 1월, 프랑스 파리로 동계 글로벌탐방을 떠난 숙대신보-숙명타임즈 언론팀은 파리 외곽에
위치한 에섹을 방문했다.

▲ 모니크 메리치오(Monique Merizio) 아시아?태평양 리쿠르트 책임관이 에섹의 정규 교육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섹’은 1907년에 설립된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으로, ‘École Superieure des Sciences Economique set Commerciales’의 약자다. 이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경제 과학 및 경영에 관한 고등 교육기관’를 의미한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탄탄한 학위 프로그램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쉽게 가기 어려운 명문 대학으로 손꼽힌다.

  에섹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고등 교육기관인 ‘에꼴(Écoles)’, 그 중에서도 ‘그랑제꼴(Grandes écoles)’에 대한 개념이 필요하다. ‘그랑제꼴’이란 프랑스만의 독특한 학제 형태로, 엘리트 양성 전문 대학원이다. 이 곳에서는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며, 주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전문성이 짙은 교육 과정 덕분에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졸업한 ‘국립행정학교’, 미셸 푸코와 같은 인문학의 대가를 키워낸 ‘고등사범학교’ 그리고 과학 분야의 인재를 키워내는 ‘에콜 폴리테크니크’등이 에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학들이다. 이렇듯 ‘그랑제꼴’은 특정 분야의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학원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중 에섹은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영 전문가들을 배출해낸 상경계열 그랑제꼴이다. 모니크 메리치오(Monique Merizio) 아시아ㆍ태평양 리쿠르트 책임관은 “미국 외의 지역에서 정식 비즈니스 스쿨로 인정을 받은 곳은 에섹이 처음”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해 헤럴드 트리뷴즈에서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나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프랑스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 과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 있을까. 에섹에서는 크게 4개의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석사, 박사와 전문 MBA 과정 그리고 상위권 학생을 위한 학사 과정이 그것이다. 특히 이 중 박사 과정은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 모니크 책임관은 “영어 전용 과정은 학교를 국제화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자국어를 높이 사는 프랑스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커리큘럼상 특징은 실무 경험이 많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과정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상위권 학생을 위한 과정에서는 직장 경험이 없고 비교적 어린 학생들을 위주로 모집한다. 이 과정은 엘리트 양성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최상위권 학생들만을 모집해 전문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 학생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생이 아닌 학사 졸
업을 한 학생들만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이와 달리 1년 과정인 전문 MBA 과정에서는 직업 현장에서 6~7년의 오랜 경험을 쌓은 학생을 주로 선발한다.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실무적인 부분이 더욱 강조돼 있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험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담당관은 설명했다.

과정별 교육 효과 높이고자 경력자?비경력자 별도 선발

  에섹에서는 경영 교육의 핵심으로 ‘기업과의 실질적 협력’을 꼽는다. 실제로 현재 에섹에서는 전 교육과정에서 세계 270여개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8개월 동안 기업에서 인턴을 수료한다. 한 학기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한 학기는 기업에서 일하는 식이다. 특히 기업에서 학생들은 단순 업무를 부여받는 것이 아닌 간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학기
중의 경험은 졸업 후 사회에서 2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모니크 책임관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는 모두 기업에서 먼저 지원 요청이 온 것들이다”라며 “매년 15000여개의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는 취업 시장에서 에섹이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문 과정을 모두 이수한 뒤 학생들은 크게 두 가지 진로를 선택한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경영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수가 된다. 이들은 프랑스 기업뿐만 아니라 굴지의 다국적 기업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국에도 50여명의 에섹 출신자들이 진출을 했다. 모니크 책임관은 “한국에 진출한 졸업생 중 일부는 삼성, KB 은행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교수로서 강단에
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발전 계획에 대해 모니크 책임관은 ‘국제화’가 최선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본교는 1915년경부터 국제화에 관심을 가져와 120여개의 외국 대학과 협력을 맺고 있다”며 “현재 전체 재학생의 3분의 1 가량이 외국인으로, 향후 10년 내로 외국인 비율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과의 협력에 있어서는 “서울대학교 MBA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복수학위제도를 통해 에섹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MBA와도 교류를 맺고 있다”며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더욱 많은 한국의 대학과 협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