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숙이는 11시에 일어났다. 어젯밤 밀린 과제를 하다가 새벽 3시가 돼서야 잠을 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겸 점심으로 토스트를 먹으며 강의실로 향했다. 6시간 동안 이어진 수업에 주린 배를 움켜잡고 참아봤지만 배에선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 집중이 안 된다. 저녁은 여느 날처럼 친구와 밖에서 해결했는데 오늘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고칼로리 음식이라 살이 찌는 것이 걱정됐지만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다. 운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귀찮기도 하고 여유도 없다. 학원에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자정이다. 피곤했지만 남자친구와 인터넷 메신저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컴퓨터를 켰다. 이야기가 길어져 오늘도 언제 잠이 들지 가늠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일이 토요일이라 오후 3~4시까지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학교 학우들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숙이의 하루 일과이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는 숙이의 건강상태는 과연 안전할까? 숙이의 일상이 자신의 일상과 비슷하다면 아래 기사를 주목해보자.

“이젠 밤에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에 메신저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많이 접속해 있다.” 강진경(경제 06) 학우는 밤에 활동하는 것이 더 편하고 집중이 잘된다면 밤 생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생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한다. 또한 불규칙한 수면은 장이나 위와 같은 민감한 장기에 손상을 입힌다. 이 결과 몸이 공복과 포만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식사를 걸러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수면습관 역시 문제이다. 흔히 주중의 피로를 푼다는 이유로 주말에 오랜 시간동안 잠을 잔다. 그러나 이는 잠 보충이 안될 뿐더러 피곤만 더 가중시킨다. 수면의 규칙성이 깨져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수면 외에도 늦잠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이어져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 뇌는 하루에 몇 차례씩 충분한 영양공급을 해줘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는 식사는 자는 동안 쉬고 있던 뇌를 깨우는데, 이를 소홀히 하면 학업능력과 집중력이 저하돼 공부에 지장을 주게 된다. 또한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점심과 저녁에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 폭식은 위벽을 얇게 만들고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킨다. ‘21세기 건강관리와 식이요법’을 강의하는 이유숙(식품영양학 전공) 교수는 “위의 부피가 늘어나면 어느 정도의 식사로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돼 더 심한 폭식을 하게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다이어트 때문에 지나치게 식사를 적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끼니를 거르는 것만으로도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 몸이 보상을 원해 영양소 저장경향을 강화하고 지방을 저장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L학우는 “나는 표준 체중이긴 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뚱뚱한 것 같아 저녁을 빵 한쪽으로 해결하곤 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학생식당 함은정 영양사는 “학생들이 식사를 빵이나 칼로리 과자로 때우면서 이것이 다른 음식들보다 칼로리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밥 한 줄이라도 반드시 밥이 포함된 한식 식단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칼로리도 줄이고 공복감도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열량은 적어도 1,200kcal이다. 이 열량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해 체내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부족현상이 나타나 단백질이 해야 할 근육생성, 효소 호르몬 등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밖에 탄수화물의 부족은 체내 지방 산화를 촉진시키며 에너지를 내게 한다. 이 강사는 “이때 만들어지는 분해산물 케톤체*는 우리 몸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케톤체는 혈액이나 조직에 많이 축적돼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속적인 열량부족은 탈모, 피부건조, 구취, 구토, 설사, 변비, 복통, 월경불순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하루에 충족해야 할 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부족이다. 현고은(언론정보 06) 학우는 “운동의 중요성은 알지만 운동을 하다가도 곧 그만두곤 한다. 개강한 후에는 시간이 없어 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량은 사람이 생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기초대사량과 연관이 있다. 기초대사량은 칼로리 소비량을 조절하는데, 운동량이 부족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칼로리를 덜 소모하게 한다. 또한 혈당조절역할을 하는 인슐린 분비가 왕성해져 지방축척이 쉬워지고 식욕이 증진된다. 지방을 분해하는 카테콜라민*의 작용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건강체력단련실 성인선 관리조교는 “겉으로 보기에 날씬한 학우들도 체지방 측정결과를 보면 근육량이 적고 지방량이 많다.”며 “아름다운 몸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숙명인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바쁜 생활은 건강을 도외시하게 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자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자. 자신의 몸은 스스로만이 지킬 수 있다.

*케톤체 : 생체 내에서 물질 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성·축척되는 아세톤, 아세토아세트산 따위의 총칭
*카테콜라민 : 카테콜과 아민의 결합물로서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유도물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