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만남, 10번 중 3 번째

“애인이 없어서 그런지 가을바람이 더 차게 느껴져요. 주변에 소개팅을 부탁해 놓긴 했지만 도대체 몇 번이나 더 소개팅을 해야 제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한 여대생의 탄식 소리이다. 이 소리는 비단 한 여대생의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싱글남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외로운 청춘들의 궁금증을 풀기위해서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의 △박사가 조합과 확률을 이용해 몇 번째 소개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것인가를 계산해 보았다. 계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소개팅 당사자가 이번에 소개팅을 나온 상대와 이전의 소개팅 상대를 비교해서 누가 더 나은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의 소개팅 상대에게는 다시 연락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제는 실제 상황을 기초로 한 것이다. 소개팅을 몇 번 나가보면 이전의 소개팅 상대와 지금 상대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돼서 누가 더 나은 상대인지 판단하게 된다. 또한 소개팅을 한 직후에 서로 연락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고 그 때 그 사람이 가장 좋았다고 연락하기란 쉽지 않다.

이 같은 두 가지 전제 바탕으로 그는 C(N-K, m-1)/C(N, m)*이라는 조합 식을 세웠다. 그는 N=소개팅을 한 총 횟수, m=소개팅을 한 번수, K=완벽한 조건이라고 정의했다. 이 식의 분모는 ‘N번의 소개팅 중에서 m번째로 한 소개팅’을 뜻하고 분자는 ‘최고의 등급을 제외한 소개팅(N-K) 중에서 m번째 이전까지의 소개팅(m-1)’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m번째로 만난 소개팅 상대가 그 전에 했던 소개팅 상대들보다 더 마음에 들 확률인 것이다.

이때 N을 100이라고 가정한 뒤에 주어진 식을 계산하면 보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 m이 1일 때와 2, 3…100일 때를 각각 계산했을 때, 첫 번째 소개팅이 최고의 만남이 될 확률은 1%이다. 최고의 만남이란 완벽한 조건(K)의 사람을 만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소개팅이 최고의 만남일 확률은 5%로 높아지고 세 번째 소개팅일 확률은 8%로 계속해서 높아진다. 하지만 마냥 많은 사람과 소개팅을 해 본 뒤에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100번째가 최고의 만남이 될 확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몇 번째 만남에서 최고의 짝을 찾을 수 있을까. 계산에 따르면 37번째가 최고의 만남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100번의 소개팅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실제로는 스무 번도 하기 힘들다. 때문에 보다 현실 상황에 가깝도록 N값을 10으로 놓고 계산하면 열 번의 소개팅을 했을 때는 세 번째 만남이 39.9%의 확률로 최고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식에 사용된 조합 C(a, b)는 a개의 원소를 가지는 집합에서 b개의 부분집합을 고르는 경우의 수를 뜻한다.

◆마음을 알기위한 가치있는 신호

최고의 상대를 만났다. 그를 사로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스탠포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마이클 스펜서의 ‘신호 이론’으로 답할 수 있다. 신호 이론이란 구인과 구직과정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해 설명한 이론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 면접을 본다고 하자. 이 상황에서 회사는 지원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반면에 지원자들은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때문에 지원자들은 회사 측에 학력과 학점, 영어 실력, 경력 등의 신호를 면접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이론의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신호 이론은 소개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는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매력을 보여야하는 소개팅 상황이 입사 면접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개팅에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조건과는 또 다른 유머감각, 외모, 경제력 등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소개팅 상대가 말한 정보만가지고 상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소개팅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말이 정말 맞는지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근거가 부족한 말하기를 ‘값싼 말(cheap talk)’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값싼 말을 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신호(costly signal)’를 보내야 상대의 관심을 더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진화심리학자 제임스 밀러는 가치 있는 신호를 정의했다. 그는 가치 있는 신호에 ‘과시적 낭비’와 ‘과시적 정확성’ 그리고 ‘과시적 평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시적 낭비란 상대를 위해 낭비할 능력과 의향을 보이는 것을 뜻하고, 과시적 정확성이란 특정한 일에 긍정적인 태도와 능력을 보여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과시적 평판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평판이 좋다는 것을 보여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을 뜻한다.

밀러는 이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상대방이 가장 선호하는 가치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각자 이성에 대해 ‘필수요건’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충족돼야 상대에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뛰어난 유머감각을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그 요소를 충족시키는가를 확인한 뒤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결정한다. 만약 상대가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또 다른 신호들을 찾는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졌는지 또는 성장배경은 어땠는지 등의 다른 가치 있는 신호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선호하는 가치 있는 신호, 즉 필수요건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상대의 마음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부수적으로 선호하는 가치 있는 신호들을 찾아서 보여야한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사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각고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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