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루]

  제 2회 PEET 경쟁률 7.7:1

▲ 김수진(분자약물학 석사2학기)
 
  요즘 이공계열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도전한다는 약학전문대학원 시험이 지난주에 있었다. 선배 약사로서 똑똑한 후배들이 약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15개 약학대학이 신설되고, 6년제로 학제가 변하는 이런 과도기적 시기에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약사사회는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일부 일반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의료계와의 갈등이 있었고, 결국 맞게 된 슈퍼약 시대를 앞두고 의약품 재분류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여 의료계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의약분업이후 현재 다시 병원 원내 조제 요구, 약사의 의무인 복약지도에 대한 수가 논쟁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위기의 실체는 국민들의 시각에 있다. 지금까지의 그 어느 현안을 살펴보더라도 최근 약국 외 판매 문제만큼 국민적 시각이 냉랭한 적이 없었다.

  이런 국민적 시각이 안타깝지만, 무엇보다도 약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할 것 같다. 밥그릇 싸움을 논하기까지 약사로서의 직능이 무색해 진 것은 그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약을 접하지 않은 우리 스스로의 탓이다. 약사들은 지금까지의 무관심이 총체적 위기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약사는 약학(藥學)을 공부하는 “약학인”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도 약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뇌졸중이라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전을 밝히고 그에 맞는 약을 찾는 나의 연구 과정 하나하나가 신비롭고 흥미롭다. 어떤 화학적 물질이 우리 신체 내에 들어가 이로운 작용을 일으켜 주는 과정을 찾고 반대로 해가 되는 작용을 통제해 나가는 재미있는 학문을 할 수 있어 참으로 영광이라 생각한다. 약이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볼 때, 약학은 고마운 학문이고 우리가 사랑해야 할 학문, 우리 약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학문이다.

  우리 약학인은 신약개발이나 국가발전에 기여 한다는 나름대로의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우리가 ‘자격증’이라고 말하며 안주한 현실이 그 꿈을 바꾸어 놓았고, 사회에서의 우리 역할이 ‘밥그릇’으로 비유되고 있다.

  약사는 더 이상 가장 빠른 시간에 약을 제공하여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다. 약학을 공부했던 약학인으로서, 우리의 직능이 우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들에게 우리가 가진 정보를 제공해야할 것이다. 누구보다 약학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받았던 국민적 시각은 자부심 없던 우리 약사들의 모습이었고, 앞으로 우리가 평가받을 모습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나갈 모습이 될 것이다.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藥學人들이여, 힘내자!

김수진(분자약물학 석사2학기)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