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송인 강호동이 탈세 협의에 연루돼 연예계를 사퇴했다. ‘수년간’ 방송 3사의 메인 MC자리를 꽉 잡고 있던 그가 탈세 의혹이 불거진 후 은퇴를 선언한 것은 불과 ‘이틀’만이었다. 의혹 이후 빗발친 비난 여론 때문이다.

  그의 은퇴선언 이후 ‘담당 세무사 단순 착오…국세청 고발 대상도 안 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로써 그가 의도적으로 탈세를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동시에 그를 등지던 여론이 급속히 동정론으로 바뀌며 대중은 그에게 ‘Come back’을 외쳤다. 그의 탈세 행위 자체는 물론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도덕적 비판이 있으려면 먼저 도덕적 사고에 의한 판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말 그대로 죄값을 물으려면 정말 그 값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보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를 비난하던 여론들 중 그의 죄 가격을 먼저 알아봤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대다수는 아마 의혹 직후 거세게 퇴출을 외치고 안티카페를 만들었던 주동 세력을 ‘따라’ 그의 퇴출을 합창하기 바빴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 불었던 ‘안철수 신드롬’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떠오른 후, 지지율은 순식간에 50%이상으로 솟구쳤다. 이런 급증한 지지율 속에는 그에게 깨끗한 도덕성과 새 정치 실현을 기대하며 지지했던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대세에 사리판단 없이 ‘휩쓸리는’ 이들도 분명 있다.

  열기가 확 오르는 냄비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이제 뜨거움이 아니다. 바로 이 같이 대다수의 여론에 편승한 가짜 뜨거움들이다. 편승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 다식(多識)이다.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좀 더 깊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요즘의 대학생들은 말한다. 시간이 없다고. 오늘도 밀린 과제가 있고, 학과 커리큘럼에 따라가기 바쁜 나날이다. 수업을 이동하며 간간히 보이는 게시판엔 ‘인문학 강좌’특강에 대한 포스터가 휘날리지만 눈으로 훑고 입맛만 다시다 급히 강의실로 이동할 뿐이다.

  고딩과 대딩.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성’이 대딩에겐 있다는 것이다. 능력이 주어진 만큼, 발휘해야 한다. 『멘큐의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도 간간히 『릴케의 시집』을 읽어주며, 연예 지면만 찾아 읽었던 신문의 사회ㆍ정치면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아직도 ‘주체성’을 즐기기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편승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시간이 없다는 느끼는 그 자체가 ‘대학생+과제태산’공식에서 나온 가짜 뜨거움일지도 모른다.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4학년은 말한다. 무엇을 한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있다 보니 졸업이 눈앞에 있었다고… 오늘부터 변해보는 것이 어떨까. 다수 여론에 정신없이 ‘갈대’처럼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 캠퍼스를 누리는 ‘대나무’같은 존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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