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경주에서 ‘인간 탄환’이라고 불리는 우사인 볼트가 마라톤 경주에 도전한다면 우승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100m 경주나 마라톤 경주나 같은 육상 경주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거리(400m 이하)를 달릴 때와 중·장거리(800m 이상)를 달릴 때 필요한 근육조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의 조직은 크게 지근과 속근으로 나뉘는데 실제로 우사인 볼트 같은 단거리 선수들의 다리는 속근의 비율이 높다. 반면 중·장거리 선수들의 다리는 지근의 비율이 높다. 순간적인 빠르기가 중요한 단거리 선수들에게 신경자극에 대한 반응속도가 지근보다 두 배나 더 빠른 속근은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이와 반대로 장거리 선수들에게 비율이 높은 지근은 지구력이 좋아 장시간동안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달리기 종목에서 기본적으로 필요시 되는 다리의 속근과 지근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선수가 단거리와 중·장거리 경기에서 동시에 우수한 성적을 내기란 어렵다.

  각 종목에서의 운동 능력 차이는 선천적인 근육의 발달 정도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보다 복잡한 이유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운동은 근육 한 부분만이 아닌 뇌와 신경, 말초기관의 복합적인 작용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의 뇌에는 운동을 담당하는 대뇌기저핵과 소뇌가 있다. 대뇌반구의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뇌기저핵은 얼굴의 표정이나 걸을 때 팔의 움직임 그리고 학습된 운동에 관여하면서 대뇌피질로부터 받은 운동명령을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또한 소뇌는 대뇌의 명령과 실제 움직임이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뇌의 명령은 신경세포를 따라 팔과 다리 같은 말초기관으로 전해진다. 우리의 몸은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다양한 운동 능력을 학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사람의 대뇌피질은 자전거에 앉아 팔과 다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계산하고 명령을 내릴 것이다. 명령을 받은 대뇌기저핵은 다른 신체부위로 그 명령을 전달하게 되고, 소뇌는 균형감각을 발휘해서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려 애쓴게 된다. 그 후 뇌의 명령은 신경을 통해 팔과 다리로 전달되고 팔은 손잡이를 잡고 다리는 페달을 밟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 그 진행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대뇌피질과 대뇌기저핵, 소뇌 사이의 단계가 생략되기도 한다.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자전거를 타는 행동이 뇌에 학습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처음에는 자전거 타기가 서툴렀던 사람도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자전거 타기에 필요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운동 능력에서는 근육이라 할 수 있는 말초기관 자체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대뇌기저핵과 소뇌의 발달 그리고 뇌의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계의 발달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운동 능력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은 운동에 관여하는 이러한 신체 부위가 더 발달돼 있고 긴밀히 연결돼 있어야 한다.

   또한 운동 능력 차이는 기본적으로 성별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춘기 이전의 여성과 남성은 체격과 신체조성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사춘기 이후에는 그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해 골반이 넓어지고 가슴이 발달하며 지단백 분해효소(트리글리세라이드로 불리는 중성 지방을 운반하는 주요 운반체)의 증가로 인해서 허벅지와 엉덩이에 지방 축적이 증가한다. 반면에 남성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증가 때문에 뼈가 더욱 강해지고, 단백질 합성이 활발해져 근육질량이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과 남성의 기본적인 운동 능력 차이를 만든다. 실제 경기에서도 남성의 기록이 여성의 기록보다 우월하다. 표를 보면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 간에 7.2%에서 16.0%까지 10% 내외의 기록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상 100m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0.7초나 빨랐고, 멀리뛰기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1.43m나 더 멀리 뛰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가 편견일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의 체력 한계를 이유로 여자 육상 800m 경기가 중지됐던 1928년부터 40년이 지난 1966년 4월 제 70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한 여자가 남자 선수들 틈에 끼어 뛰었던 것이다. 당시 23살이었던 캘리포니아 출신 로베르타 루이즈 기브슨은 참가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경기에 출장했고 3분 21.40초라는 비공식 기록을 세우며 완주했다. 이 기록은 남성 참가자 5백여 명중에서 126위를 차지한 것으로 여성의 신체적인 조건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 덕분에 1972년부터 여성에게도 마라톤 경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분명 여성과 남성 사이에는 선천적인 운동 능력의 차이가 존재 한다. 그러나 운동 능력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 개선될 수 있는 여지 또한 있다. 수영을 그 예로 들면, 지난 1924년 올림픽 수영경기에서 400m 자유형의 남자 우승자의 기록은 여자 우승자보다 16%나 빨랐다. 그러나 1948년에는 그 차이가 11.6%로 감소했고, 1984년에서는 6.9%로 감소했다. 심지어 1970년대 800m 자유형의 기록 중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빨랐던 적도 있다. 수영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 종목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 운동선수들의 신체조건 개선과 그에 맞는 운동 연습, 적극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 능력을 높이기 위한 후천적인 노력은 단순히 기록 향상의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인 신체 차이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운동 능력이 부족한 사람보다 실수로 인한 부상이 적을 수 있고,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을 쌓을 수 있다. 게다가 운동 능력이 좋은 사람은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되기도 했다. 환절기가 다가오는 요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건강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가벼운 운동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표. <2002년도 남녀 선수의 세계기록>

 

 

종목

남성

여성

차이

육상경기

100m

9.79초

10.49초

7.2%

1,500m

3:26.00분:초

3:50.46분:초

11.9%

10,000m

26:22.75분:초

29:31.78분:초

11.9%

높이뛰기

2.45m

2.09m

14.7%

멀리뛰기

8.95m

7.52m

16.0%

수영

100m 자유영

47.84초

53.77초

12.4%

400m 자유영

3:40.17분:초

4:03.85분:초

9.0%

15,00m 자유영

14:34.56분:초

15:52.10분:초

8.9%

 

출처: 『운동과 스포츠 생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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