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행복에 감사하는 뜻깊은 창학기념일 되길

  5월 22일은 우리 숙명학원의 105번째 창학기념일입니다. 이날은 역사를 되새겨보고 미래를 생각해야할 날입니다. 지난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1930년대에 당시 숙명여고 강사였던 조재호 선생 회고록의 일부입니다.

  광주 학생 사건으로 서울에서도 학생들이 일어날 즈음이다. 숙명에서도 이런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었다. 하루는 아침부터 학교의 공기가 이상했다. ¨  그 때 이 선생님이 교무실에 급히 들어와 ‘4학년 학생이 형사와 대항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 곳으로 가 봤더니, 일본인 형사가 학생의 머리채를 쥐고 교실 밖으로 끌어내려는게 아닌가! ¨ 나는 형사에게 달려갔다. “당장 놓으시오. 여자로서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혔다는 것이, 더구나 형사에게 잡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오?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마시오!” 했더니, 형사도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윗글은 일제치하의 어두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 이글을 인용하는 것은 학생 여러분에게 두 가지를 일깨워 드리고자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일제의 암울한 시기에는 그 압제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세계의 선진대열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 정말 존귀한 것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진짜 선진국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학생 하나하나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나아갈 목표는 지극히 명백하고 간단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나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반듯한 나라, 열심히 일하되 분수를 알고 겸손한 사람이 가득한 나라,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가득한 나라일 것입니다.

이용태 숙명학원이사장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