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우들의 권리신장과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총여학생회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일부 대학에서는 총여학생회장이 선출되지 못하거나 총여학생회가 여성 단체로 재편되는 등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이처럼 총여학생회의 존페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총여학생회의 존재 이유인 여학우들조차 총여학생회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 선거마저 일정 투표율을 넘기지 못해 선거가 제 시기에 마무리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투표권이 여학우에게만 있는 총여학생회는 자연스레 더 외면받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총여학생회의 대부분도 회장에 입후보하는 학생이 없어 폐지와 재구성을 반복하고 있다.
더불어 총여학생회가 지속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데에는 거세지는 남학우들의 불만이 있다.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가 공유하는 학생회비는 남ㆍ녀 학우가 동일하게 내지만 남학우들은 총여학생회의 활동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여론과는 달리 총여학생회 측은 총여학생회가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희대학교 김남희 총여학생회장은 “총여학생회의 활동 중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처럼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활동도 있지만, 남ㆍ녀 학우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며 “실제로 이 중에는 도서관 마련, 간식 배부 등이 남학우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물론 총여학생회의 활동을 ‘여학우에 의한’, ‘여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이는 남학우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성(性)문제를 들 수 있다. 남성 역시도 성차별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총여학생회에서는 여성만 성차별을 겪는 것으로 여겨 여성만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차별에 대한 총여학생회의 입장은 다르다. 실제로 학내의 대부분의 성폭력이나 성차별 사건은 여성을 상대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자로 인식된다. 따라서 총여학생회는 남ㆍ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성차별일지라도 성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비교적 취약한 여성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총여학생회의 활동이 여성의 복지나 성차별과 관련된 사안에만 한정돼 있다며 총여학생회의 형태가 아니라 여성 모임과 같은 작은 단위로 축소하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총여학생회에서는 학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학생회와 함께 등록금 투쟁도 벌이고, 축제 기간 중 남ㆍ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 총여학생회장은 “경희대에서는 와인이나 비누 등 각종 만들기를 하는 ‘별별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시험기간에는 학우들에게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등 이벤트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총여학생회는 여성 위원회나 모임에 비해 활동의 폭이 넓고 권한이 많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한 남ㆍ녀 학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총여학생회의 이러한 행보가 기존의 취지에 어긋났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총여학생회에서 복지 사업이라는 명목아래 풍선을 나눠주거나 리본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이런 캠페인은 총학생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단희(중앙대학교 2학년)씨는 “총여학생회는 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됐는데, 남성들 역시 성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남성의 성차별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총여학생회의 유지를 지지하는 입장도 많다. 김종은(동국대학교 3학년)씨는 “총여학생회에서는 생리공결제를 추진하고 여학생 휴게실 등을 만드는 등 복지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한다”며 “만약 총여학생회가 여성주의 모임이나 단체로 축소된다면 기존의 총여학생회보다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겨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총여학생회의 존폐에 대한 찬반 의견이 지속적으로 대립하면서 총여학생회는 끊임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 내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총여학생회가 존폐 논란을 겪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총여학생회 자체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존폐 논란은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총여학생회에서는 남학우도 만족 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그들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 25대 총여학생회에서는 새로운 집행부에 남학우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고, 연세대 외에 몇몇 총여학생회들은 남ㆍ녀 학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총여학생회에서는 모든 학우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하도록 끊임없는 조율을 해 존폐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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