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신보 제 1212호 3월 14일 발간>

왓슨과 크릭이 1953년 “핵산의 분자구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라는 핵산이 2중 나선구조임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후 관련 연구, 기술이 크게 발전해, 2003년에는 30억개의 염기들(DNA에는 4가지의 염기가 있고 이 서열조합이 유전정보가 됨)의 서열을 거의 규명했다는 선언이 있었다. 이것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이다. 인간 유전자는 총 2만~2만5천개로 추정된다. 추정이라고 하는 것은 규명해야할 미지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3년에 완성을 선언했지만 실은 그때부터 유전정보에 대한 진정한 해독이 시작된 것이었다. 얻어진 정보는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을 비롯한 각종 생명체들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연구의 결과로 기대되는 효용성은 분자의학 또는 분자약학적 연구를 통한 질병의 조기진단, 유전자 치료, 맞춤의료 내지 맞춤약의 실현이라 것을 필두로 하여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와 활용이다. 이런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영화 ‘가타카(Gattaca)’에서는 21세기 어떤 미래에 대한 상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생학적 관점에서 계층이 나누어진다는 설정은 일면 암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사회에서는 인간들이 유전자의 우수성으로 평가되고, 계층과 각 개인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상류층은 열성인자를 제거하여 우수한 유전 특성만을 가지게 하여 인공수정에 의해 태어나 최상의 인생이 부여되지만, 주인공은 자연적 방법으로 태어난 “부적격자”이다. 그는 철저한 감시체제를 속이고 결국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의 토성 탐사선에 오르게 된다. 계급이라는 것이 변형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과 계급을 결정하는 것이 자본, 권력이 아닌 유전자라는 설정을 한 것이다. 유전자를 완벽하게 통제해 인간을 탄생시키는 것이 영화적 상상의 영역이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황당한 공상과학영화로만 치부할 수는 없게 되었다.
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실현은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게 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반응을 보여야 할 인간의 비판, 판단 능력은 매우 제한되어 많은 간극이 있다. 발전은 가속화 되지만 인간 인식은 더디게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갈수록 과학과 사회/인간 사이의 간극은 더욱 넓어진다. 우리의 실제 미래가 ‘가타카’에서 그려진 것과 같은 디스토피아적 암울함이 아닌 것이 되게 하려면 광범위한 사회적,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합의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연구 설계 단계에서부터 윤리적, 법적, 사회적 사안이 연구의 목표로 포함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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