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추행, 성희롱과 관련하여 남성들에 의해 제기된 논란 중에는 여성들이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남성의 성적 폭력성은 여성의 과다 노출에 의해 야기된 것이기에 남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한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던 그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 한, 그것은 여성의 자유로운 개성을 표현하고 실현하는 것으로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소중한 권리라고 아무리 주장하여도 그런 옷 입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한마디로 논쟁을 끝내고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논리가 상당히 먹혀들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여성의 노출된 옷차림으로 인해 매력을 느끼고 성적인 감정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여성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여성이 관심없음을 표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자기의 동물적 욕구를 채우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달라진다. 사람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모든 행동을 감정에 의해서만 행하는 것이 아니고 이성과 도덕, 법에 따라 감정은 제어하기도 해야 한다. 즉 인간은 지켜야할 마지막 선이 있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더 이상 강제나 폭력은 대화나 의사표현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
연평도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폭격사태가 발생했다. 모두 애도하며 같은 민족끼리 이런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사람이 많다. 천안함 사태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러한 참사가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인터넷 등에서 이번 연평도폭격사태와 관련된 책임공방이 치열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국군이 연평도 앞마당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과다노출이 없었다면 성폭행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번 참사의 책임은 군사훈련을 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과다노출이 없다면 성폭행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설사 훈련을 했다고 해도 그것을 빌미로 폭력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침범하지도 않은 우리 국군을 사망하게 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지켜야할 선을 넘은 행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는 매우 소중한 자유이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가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마저 허물어뜨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쓸데없는 논쟁을 지속하기 보다는 이러한 비극적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찾아내는데 총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폭격도발로 사망한 분들께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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