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40주년을 기념해 토론 개최돼

지난 3일, 전태일 죽음 40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태일을 말한다. 전태일이 말한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홍세화(한겨레 신문 기획위원)씨를 비롯해 조국(서울대 교수), 홍윤기(동국대 교수)씨와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전태일 죽음이 현재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띈 토론은 펼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수 십 명의 청중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토론장을 지켰다. 토론장에서 만난 남상건(서강대 07)학생은 “학교에 전태일 행사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라며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라고 토론회 전 설렘을 표현했다. 청년 전태일의 불 꽃 같던 삶이 2010년 토론회 현장에서 다시 타올랐다.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이번 토론회는 홍윤기 동국대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홍 교수는 “전태일은 국가의 민주적 잠재력을 신뢰했던 민주시민이었다”라며 “당시 국가는 국민들에게 착실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고 교육했고 전태일 역시 그런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전태일이 가졌던 의식은 계급의식이나 노동자의식이라기 보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일 경우 응당 가져야 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동혁명의 아이콘으로 꼽히던 전태일을 민주시민이라고 표현한 홍 교수의 발언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또한 홍 교수는 “전태일을 생각할 때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라며 ‘전태일 지표’를 계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전태일 지표’를 사용하자며 이것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선진화 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셸(이주노동자노동조함 위원장)씨는 “전태일이 시민사회적 요구를 했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홍 교수의 발언에 반박했다. 미셸 위원장은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시행을 정부에 요청해도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희생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힘들주기 위해 분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선태일을 시민으로 규정하는 것은 전태일의 노동자성을 탈색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전태일은 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세화 한겨레 신문 기획 위원장은 “노동계가 물신주의에 포섭됨으로써 비 정규직에 대한 연대가 실천 없이 구호로만 머물러 있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1973년 오일쇼크 뒤에 자본이 줄어든 이윤율을 전가하기 위해, 비정규직에게 고통을 전가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들이 방관 내지 동조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습과 탐구 정신을 통해 비판적으로 자기성찰을 할 것을 강조했다. 이것이 전태일이 죽음을 맞이하고 40년이 흐른 지금, 전태일 열사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진행됐지만, 토론현장은 토론자들의 재치 있는 발언 덕분에 밝은 분위기가 유지됐다. 토론회가 마무리 됐을 땐 큰 박수가 쏟아졌다. 토론장에 참가한 홍연경씨는  “노동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배운 것이 많은 토론회였다”라며 “이렇게 시민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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