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쇼의 스타는 단연 한국 선수들.” 지난 30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을 정리하며 이러한 멘트를 남겼다. 최근 한국 여자축구가 선보이고 있는 성과는 대단히 눈부시다. 지난 8월 U-20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언니들’에 이어 U-17 여자월드컵에서 ‘동생들’이 해냈다. ‘태극소녀’들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일본을 꺾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결승전은 우리나라와 강호(强豪) 일본과의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 전반 6분, 우리나라 이정은 선수가 선제골을 넣으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밀리다가 중거리 슛 두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김아름 선수가 프리킥 골을 터트리며 전반전이 끝났다. 이어 후반전 초반에는 여민지 선수와 김다혜 선수가 차례로 일본의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일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일본 요코야마 구미 선수와 가토 치카 선수에게 골을 허용하며 역전됐다. 이에 최덕주 감독은 이소담 선수를 투입했다. 그리고 1분 뒤, 바로 이소담 선수가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120분으로도 모자라 승부차기에서도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5번째 선수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6번째 선수로 나선 일본 무라마츠 토모코 선수의 실패로 우리나라에 기회가 왔다. 장슬기 선수는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두드리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여민지 선수는 ‘8골 3도움’을 기록해 최다 골로 ‘골든슈’와 함께 대회 MVP에 선정되며 한국 선수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수상했다. 경남 함안 시골 소녀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논 것이다. 이외에도 불꽃같은 중거리 슛의 이소담 선수, 쏜살같은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든 김아름 선수 등도 여자축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태극마크를 단 22명의 소녀들은 뛰어난 조직력과 정확한 골 결정력으로 나이지리아, 스페인, 일본 등 세계 여자축구 강호들을 꺾고 6경기 18골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태극소녀들의 우승 과정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의지 하나로 똘똘 뭉쳐 승리를 이뤘다. 한국 여자축구의 척박한 여건을 고려하면 이번 우승은 ‘불모지에서 일군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 U-17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자축구에서 고교 등록 선수는 고작 16개 팀, 345명뿐이다. 일본은 여고부 선수가 8300명에 달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345명에서 21명을 뽑아 세계 제패를 달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8월을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팀과 선수는 유소년, 초ㆍ중ㆍ고, 대학, 실업팀을 모두 합쳐 65개 팀, 1450명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등록 선수만 105만 명에 성인 팀만 5000개를 넘고 일본은 우리나라의 규모의 20배이다.
또한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대표팀이 꾸려진 것은 불과 20년 전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창단된 3개 대학팀 선수들만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같은 해 9월에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일본을 상대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대 13으로 패배한 것이다. 그 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0대7), 일본(1대8), 대만(0대7), 중국(0대8)에 잇달아 패배해 6개 팀 중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딛고 여자축구는 점차 발전하기 시작한다. 2003년에는 한국 여자축구는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며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에 참가했다. 그 후로 여자축구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으며 지난해에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는 일본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알렸다. 이어 올해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U-20 여자축구팀이 3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축구의 저력을 보였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지소연 선수가 현란한 개인기를 보이며 세계 축구팬을 매료시켰다. U-20 여자 월드컵에서 8골을 기록하고 2관왕(‘실버슈’, ‘실버볼’)에 오른 지소연 선수는 ‘지메시’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그리고 한 달 뒤, U-20 여자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린 동생들이 더 큰 일을 해낸 것이다.
여자축구,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가 오는 10월 17~23일, 7일 동안 수원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FIFA 랭킹 9위인 잉글랜드와 호주, 멕시코 등 6개국의 여자 성인대표팀이 출전한다. 이번 U-20, U-17 여자월드컵 경기에서 선수들의 활약을 놓쳤다면 이번 기회를 이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국 여자축구 간판스타 지메시의 환상적인 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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