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라는 유행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게 정말 유행이 되고 있나요? 그렇다면 감사할 뿐이죠. 사실 이 말은 연습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졌어요. 저와 박영진 선배 모두 연습을 할 때도 실제로 무대 위에 선 것 만큼 몰입해서 합니다. 언젠가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박영진 선배가 제 앞에서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소나키워’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까,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무심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라는 말로 받아쳤죠. 많이 쓰이는 관용어구였지만 그 위에 사투리 억양을 덮여서인지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극에 올려지게 됐죠.


-이 코너는 김기열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원래 이 코너는 김기열과 허경환, 박영진 선배가 국회의원으로 나와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계획됐죠. 저는 후보 뒤에서 ‘2번이야~2번이야. 박영진이 짱이야’라는 노래를 부르는 아줌마 선거 운동원 역할만 맡았구요. 그런데 김석현 PD님이 여자 출연진이 있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셔서 제가 투입됐죠. 제가 KBS 공채 시험 때 ‘~한다. 그죠?’ 라는 말투를 썼는데, 이를 기억하신 감독님께서 저를 ‘두분토론’에 출연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 하셨나 봐요. 출연이 결정 된 후 에, 한 달 정도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는 작업을 거쳐 무대 위에 서게 됐죠.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진상모습까지 들춰내 저지른다는 특성 때문에 ‘여보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희 코너는 주로 여성후보인 제가 남성후보인 박영진 의원을 비꼬는 내용이 많아요.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그게 여성인권 보호처럼 여겨졌나봐요. 이 것이 예전에 방영된 코너인 ‘남보원(남성인권 보장 위원회)’과 연관되면서, 제가 ‘여보원’(여성 인권 보장위원회)으로 불리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여보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저는 신인인데 몇 기수 위의 선배들과 비교된다는 사실이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코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네, 저희 코너에 대한 평가는 반반인것 같아요. ‘요즘 남하당만큼 구시대 적인 남자는 없는데 오바가 심하다’ 라고 평가해주시기도 하고, ‘같은 여성입장에서 굉장히 시원한 개그다. 더 강하게 해달라’고 주문하시는 분도 있죠. 개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웃기는 장면이 나오면 그냥 웃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극 중 인물은 누군가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그저 관객을 웃기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억지스럽고 과장된 캐릭터일 뿐이니까요.


-코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개그 소재 어디서 얻나
요즘에는 공감대를 형성해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이 유행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디어는 대부분 일상생활의 경험에서 얻어요. 예를 들어 남녀의 연애과정을 소재로 개그한다면, 제가 연애 할 때 생겼던 에피소드를 떠올리죠. 그리고 한 코너를 여러명이 함께 하니까 아이디어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가 많아요. 회의를 하면서 곁가지를 만드는 작업을 거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할 때는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는 항상 아이디어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필기하고, 일기도 열심히 써요. 일상생활에서 있었던 일이 개그소재가 될 수 있으니까 기록해두는 거죠.


-여당당 연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비결이 있나 원천은 어디있나
제 개그의 원천은 저희 엄마에요. 극 중에서 제가 쓰는 ‘~한다. 그죠?’ 라던지 진한 사투리 억양은 엄마께 배웠어요. 저희 어머님은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주장하시지만, 실제 듣기에는 사투리가 섞인 어색한 서울말인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저랑 닮았는데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남다른 분이세요. 그래서 항상 시대만 잘 탔으면 본인이 유명 연예인이 됐을 거라고 얘기하셨죠. 제가 개그맨이 되고 나니까 연예인만큼이나 유명한 ‘연예인 부모님’이 되시기를 꿈꾸세요. 장동민씨 아버지 같은 분들처럼요. 그래서 통화를 할 때면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장동민이 아버지처럼 아침방송은 못한다. 그러니까 스케쥴은 밤일로 잡아줘라’ 라고 너스레를 떠시기도 하죠.


-이력이 독특하다. OBS 방송사에서 활동했고, MBC 공채 개그맨도 했는데 올해는 다시 KBS 공채개그맨이 됐다. 원래 개그맨이 꿈이었나
저 사실 피아노 치던 여자에요. (웃음) 고등학교 때 까지 작곡을 공부했었는데, 집안사정상 그만두게 됐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당시에저는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 웃기는 사람이라고 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후배가 저 보고 개그맨을 하라고 추천해 주더라구요. 그때는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넘기고 몇 년 후에 방송제작과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졸업할 때가 다가오는데 취업은 하기가 싫더라구요. 그 와중에 소극장 오디션 공고를 보게 돼 지원했고, 단번에 붙었죠. 시험을 마친 후 1주일 만에 고향인 대구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상경했어요. 모든 것이 잘 풀릴 줄 알았지만 그해 응시한 KBS와 MBC 공채개그맨 시험에서 모두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 때 OBS 방송국이 생겨서 입사하게 됐어요. 그 곳에서 1년간 근무했지만 개그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없더라 구요. 그래서 회사에서 나와 MBC 개그맨 시험을 치루고 합격했어요. MBC에는 개그 무대가 있긴 했지만, 신인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더라구요. OBS와 MBC 소속의 개그맨으로 2년을 보냈지만 저는 ‘개그맨이지만 개그를 하지 않는 개그맨’ 으로 살아온 거죠. 그래서 또 다시 제 개그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찾기 시작했어요. 공채 개그맨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다시 연습생의 자격으로 돌아간다는 일이 어려웠지만, 다시 도전했어요. 마침내 올해 5월 KBS 25기 공채개그맨이 됐습니다.


-함께 입사한 25기 동기들이 단역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자리를 맡았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두분토론’ 코너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마냥 기쁘기만 했어요. ‘못생긴애가 예쁜애들이 해야할 말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무대에서 관객을 웃길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어떤 대사를 하면 바로 기사화 됐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힘들어요. 처음에 비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코너가 인기도 좋아졌으니까 그만큼 웃겨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부담이 되더라구요. 제가 만들어 놓은 기준선에 스스로 미치지 못하니까 우울하기도 해요. 관객반응이 시큰둥할 때는 무대에 올라간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에요.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나
제 핸드폰 배경화면은 몇 년째 신봉선 선배로 지정돼있어요. 제가 선배의 개그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또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던지 항상 개성 있게 당당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도 보기 좋아요. 그리고 조혜련 선배님도 존경해요. ‘MBC 하땅사’라는 개그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허리를 다치셨는데도 맡은 역할을 끝까지 수행 하시더라구요. 주어진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두분 같은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또 연기를 참 잘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만일, 제가 권사님 연기를 하면, 개그맨이 권사님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진짜 권사님이 출연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요즘 제가 ‘두분토론’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진짜 40대 아줌마인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원래 28살인데 나이가 더 들어보여서 슬펐다기 보다는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정말 연기를 실감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서요.


-여자개그맨과 외모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외모보다는 호감과 비호감이라는 구분점에 잘 서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무조건 못생겼다고 비호감이고, 예쁘면 호감인 것은 아니잖아요. 못 생기더라도 보기에 편하고 호감형이 좋은 것 같아요. 호감과 비호감에 따라 관객의 호응도가 달라지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맡은 캐릭터가 기가 쎈 역할이라 비호감으로 다가 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치만 열심히 하면 관객들도 호감으로 봐주시겠죠.


-본인의 외모를 평가한다면
저 굉장히 예뻐요. 사실은 어정쩡하게 생겼지만 예쁘다고 믿고 살죠. 플랫슈즈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치마를 즐겨 입는 ‘꾸밀 줄 아는’ 여자랍니다. 다만,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보편적인 미와는 차이가 있을 때도 있죠. 가령, 저는 어떤옷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입고 출근했는데 저를 본 사람들은 ‘그 옷 입으면 더 못생겨 보이니까, 착용금지’라고 말한 적도 많아요.


-숙명여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여러분 저는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를 외치는 여당당의 대표 김영희에요.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요즘 ‘두분토론’하고 팬이 많이 생겼을 거라는 얘기를 들어요. 그런데 제 팬 분들은 다들 소극적이신 것 같아요. 토론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개그를 해서 그런지 제가 무서우신 가봐요. 거리를 지나면 ‘쟤~여당당 아니야?’라면서 저한테 다가올지 말지망설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여러분의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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