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숙명 여고문학상 수필 부문에는 총 116명이 참가하여 저마다의 문학적 감수성을 빛내주었다. ‘자화상’, ‘사라지는 것’ 등, 두 개의 글제로 진행된 이번 수필 부문 백일장 작품들은 오늘날의 여고생들의 생각과 고민의 현 주소를 잘 드러내는 장이기도 했다.
  모든 글들이 글쓴이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겠지만, 특히 ‘고백적 문학’으로 불리는 수필만큼 글쓴이의 특징과 개성을 거울처럼 드러내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는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를 쓴다는 것이 대단히 개인적인 체험과 일상의 소소한 일들로부터 촉발된 자신의 사색의 흔적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여고 백일장에서 제출된 작품들이 다들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발상, 비슷한 표현과 비슷한 어휘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오늘의 교육이 학생들의 창조력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다.
  그런 중에도 세 편의 우수한 작품을 뽑아 격려할 수 있게 된 것은 퍽 기쁜 일이다. 특히 우수작 1위로 뽑힌 글은 네팔로 여행을 다녀오던 중 보았던 ‘쿠마리 행렬’을 단순히 이색적이고 신기한 볼거리로만 여기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삶, 성인으로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 2위와 3위로 뿝힌 글 역시 소재나 경험 그 자체가 주는 힘만을 믿지 않고 그로부터 사색의 깊이를 더하고 사물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되었다.
  모든 지원자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건필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문금현,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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