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민(안양예술고등학교)

우리 집

자라풀 몇 줄기
늪의 고요를 물고 떠오르는 우포
엄마의 민박집이 간판에 불을 밝힌다

개구리밥같은 곰팡이가
벽지에 번지던 방에서
얇은 잠에 들던 사람들
장판이 뜯어진 평상 위로
밤이 내려앉는다
처마에 널어놓은 시래기
수초처럼 늘어지던 화룡민박
오래 여닫지못해
낡은 쪽배처럼 우는 철문이
닫힌 늪의 입구를 닮았다

고둥을 잡으러 쪽배 밀며
늪으로 들어가던 날이면
물냄새 나는 눈길로 등 뒤를
지그시 밀어주던 엄마
장대가 밀어낸 물결 안으로
벌어진 늪의 입구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룡민박이 불 밝히고 있었다

오래 불 꺼진 화룡민박에 가서
가시연꽃같은 나나들을 퉁겨내면
늪으로 피어나는 유년의 우리 집
원시의 슬픔 찰랑이는 눈망울 달고
큰 고니 한 마리
늪가를 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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